남자들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


남자들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 <인터파크웹진>

브.로.맨.스?

일-브로 만드는 로맨스?
브-잣집 사람들의 로맨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해 봤다. 처음 출판사에 갔을 때 ’이북-e-book- 판매를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제 책이 이 북에도-그러니까 북한- 팔리나요?’ 라고 대답해 창피를 샀던 기억 등등.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나로 인해 생긴 그런 류의 에피소드가 많기에 또 웃음거리가 되기 싫어 일단 잠자코 있기로 했다.

하지만 집에 가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나서야 그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고 새로우면서 종종 주변에서 느꼈던 느낌을 표현해준 그 새로운 단어에 심취되어 곧, 연구에 들어갔다.

브로맨스(Bromance)는 형제,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로 게이(gay)가 아닌 두 이성애자(Straight)인 남자들 사이의 우정을 넘어선 끈끈한 애정관계와 관심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말 그대로 우정이라고 치기에는 과도한 애정표현으로 게이가 아닐까 하는 오해도 어렵지 않게 사지만, 그런 오해가 머쓱할 정도로 이들은 분명한 이성애자로, 섹슈얼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둘이 너무 친하다보니 심지어 여자 친구인 저까지도 두 사람 때문에 방치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아요. 게이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둘이 서로 끔찍이도 챙겨주는 거 보면 묘한 기분이 들어요.


저 완전 충격 먹었습니다. 여자 친구인 제가 아무리 졸라도 귀찮다고 커플링만은 절대 싫다던 남자 친구가 자기랑 제일 친한 베프랑 우정반지를 맞췄다고 떡 하니 끼고 와버린 거 있죠? 정말 이 두 사람 친한 건 알겠는데, 가끔 이 사람 때문에 질투도 나고 짜증도 나요.


괜한 오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답답해요. 여자 친구인 저와 사귀고 있는 걸 보면 스트레이트가 확실한데 죽고 못 사는 베프만 오면 저는 완전 아웃오브안중이 되버려요. 계속 챙겨주고, 마주보면서 이야기하고. 정말 그 오빠 때문에 자주 싸우게 되요. 남자친구는 무슨 택도 없는 소리냐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제가 아니라 그 오빠가 남자친구 애인처럼 느껴져요.


지금, 예로 든 경우를 보면서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 혹은 내 주변에 저런 사람들 있는데! 하는 생각도 해 보는 사람도 꽤나 있을 것이다. 분명 여자 친구도 각각 있는데, 그 여자 친구들이 질투심에 활활 불타오를 만큼 서로에게 각별하다.

문자나 전화도 자주 하고, 거의 매일 보다시피 만나고, 취미가 같아서 늘 쉬는 시간에도 뭔가 같이 한다든가 군대에 갔을 때나 유학으로 떨어져 있게 될 때에는 절절할 정도로 편지나 전화를 한다. 한술 더 떠 시차 때문에 밤낮을 뒤엎어가면서까지 메신저에 매달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몇 번을 강조한 것처럼, 이들은 서로에게 섹슈얼한 매력을 느낀다거나 그런 충동을 느끼지는 않는, 극명한 이성애자들이다. 남자들끼리의 플라토닉 러브에 가깝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이상야릇할 정도로 다정한 두 사람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지만 정작 두 사람은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브로맨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스타트렉, 하우스 커플들-나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브로맨스’ ‘브로맨틱’ 이라는 단어들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처럼 ‘브로맨틱 코미디’가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 보면, MBC의 시트콤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김혜성 분)와 범(김범 분)이의 관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민호에게는 유미(박민영 분)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 하지만 친동생인 윤호(정일우 분)가 장난을 넘어선 진지함으로 ‘니네 정말 사귀냐?’ 하고 물어올 만큼, 여자 친구마저 ‘나야? 범이야? 선택해!’ 라는 질투의 대사를 날릴 만큼 민호와 범이의 우정은 간단 명쾌하지 못하다.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그렇다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관계.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는 민호를 보며, 같이 조마조마해 하는 범이의 표정과 함께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나가버리는 유미의 그림을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 될 것이다.

브로맨스라는 단어가 가지는 생경함만큼이나, 이러한 관계의 사람들도 그리 익숙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자 아이들끼리는 이러한 단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붙어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같이 손잡고 화장실도 다니고, 팔짱끼고 온 데를 다 돌아다니며, 문자하고 전화하고, 길고 길게 전화하고 끊으면서도 ‘중요한 건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는 여자들의 관계의 성격이 남자들 관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가자미눈을 뜨고, 이 브로맨스를 볼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솔직히 내 남자친구가 초식남인 게 싫은 것처럼, 내 남자친구가 이런 브로맨스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지울 수 없지만 말이다.

초식남. 잡식남. 짐승남. 육식남. 등등 이름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그 사람들의 관계 또한 다양하고 독특해져 가고 있다. 우리가 빤히 보아왔던 틀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낯설다, 그래서 이상한 거다! 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건 꽤나 무식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설기 때문에 우리가 빤히 보아왔던 식상하고 상투적인 것들과는 또 다른 관계와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낡고 식상한 틀 때문에 공연한 사람들만 싸잡아 툴툴댈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틀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뻔한 것만 보고 뻔한 것만 먹고 뻔한 감정들만 느낀다면 그 인생은 뻔-한 인생이 되고 만다.

난 뻔- 한 인생을 사는 뻔-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남자들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 남자들의 닭살 우정 ‘브로맨스’ <인터파크웹진> 브.로.맨.스? 일-브로 만드는 로맨스? 브-잣집 사람들의 로맨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해 봤다. 처음 출판사에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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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출근길 출근하기싫어서 벤치에앉아있는 한남자2010년 6월 19일 오후 5:09

    잘보고 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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