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나 일상의 환기제로서의 독후활동


놀이나 일상의 환기제로서의 독후활동<인터파크웹진>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전하면서도 자유로운 책 읽기를 주장하는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아이러니한 독서권리 열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을 권리 / 건너뛰며 읽을 권리 /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책을 다시 읽을 권리 /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 소리 내서 읽을 권리 /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 중에서

 

‘소설을 그냥 소설처럼 읽어라’는 당연한 주문 속에는 그저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독후활동 역시 은근한 강제성으로 아이의 독서권리를 침해한다면, 개학이 임박해서야 해치우는 독후감 숙제로 전락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의 자연스러운 독후활동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책과 가깝게 하려는 의도를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아예 무엇도 의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 주인공 이름이나 책이 전하는 핵심을 알게 할 필요도 없다. 책을 읽은 직후에 시작되는 확인성 질문이나 독서의 연장 선상에서 독후활동을 시도하는 것은 독서의 여운을 잘라먹는 꼴이다. 만약 질문을 한다면 정답이 없는 것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놀이 속에서 책을 불러오도록 하는 것도 좋다. 독후활동은 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도록 한다. 생활 속에서 책이 주었던 의미를 되새기는 생각작업과 유사하다. 책 읽기와 무관한 시간에 아이가 좋아했던 책의 내용을 시나브로 불러온다. 놀이나 일상의 환기제로 독후활동을 시작한다.


조물조물 반죽 놀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머리에 떨어진 똥을 이고 다니는 두더지가 능청스런 웃음을 선사하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는 반죽 놀이를 할 때 불러온다. 조물락거리기만 해도 재밌지만, 정성껏 만들고 뭉개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아빠 얼굴에 가느다란 머리카락도 붙이고 사탕,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끼운 어묵 같은 음식도 함께 만든다. 그리고 아이가 쓱쓱 밀어놓은 반죽을 머리 위에 올려주면서 "이건 똥이네. 서영이 머리 위에 누가 똥을 쌌을까?" 물어본다. 재밌는 걸 찾았다는 듯이 다양한 모양의 똥을 만들기 시작한 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다.

 

 







쾅~ 손도장 찍기 놀이
<손가락 아저씨>


 

<손가락 아저씨>는 지문을 이용한 아저씨 그림이 엄마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굴러다니는 인주로 아이와 손도장 찍기 놀이를 하다 찍어놓은 지문을 중심으로 아무 그림이든 그려봤다. 어떤 대답이든 어울리도록 엉망으로 그려서 아이와의 대화 시간을 늘려본다.


종이인형을 만드는 안데르센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안데르센>


동화의 신화가 된 안데르센은 종이로 인형을 만들어 친구들 앞에서 공연할 만큼 종이 공작에 특별한 열정을 가지고 몰두했다고 한다. 과연 동화의 대가다운 면모이긴 하지만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안데르센>으로 그의 외로움과 방황을 들여다본 다음부터는 복제된 유희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물처럼 느껴졌다. 부모도 곧장 아이에게 안데르센의 영혼을 선물한다. (앞뒤로 접어서 끊어지지만 않게 모양을 내주면 된다.)

<똥나무>나<초록 자전거>같은 환경 책도 좋지만, 재활용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 책보다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폭신폭신 슬리퍼 만들기
<뚝딱뚝딱 창의력 공작교실>


 

피자 판과 두루마리 휴지 속대로 만든 슬리퍼다. 과정이 아주 재밌다. 피자판 위에 올라선 아이의 발을 따라 그린다. 선을 따라 조금 크게 자르고 동그란 속대 두 개는 벌어지게 잘라놓으면 된다. 아이가 가위질을 시작했다면 삐뚤더라도 혼자 하게 해본다. 결과물 보다 ‘함께’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이프로 안 팎을 붙여주기만 하면 완성이다. <뚝딱뚝딱 창의력 공작교실>의 신문지와 마분지로 만든 신발이 힌트를 주었다.

 

 

 

라면박스로 만든 집과 포장용 테이프를 뭉친 공이다. 일상의 모든 것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느껴보자.

 


쌀이며 모래, 진흙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잇감이다. 무형의 재료가 주는 해방감과 자극은 용도가 정해진 장난감을 지루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완성품이 아닌 재료를 던져 주면, 아이 스스로 즐겁게 읽었던 책의 소재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글/사진 : 인터파크도서 명예기자 박지선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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