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법정스님 저>

오두막 편지

법정 저 ㅣ 이레

목차

1.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흙방을 만들며
인디언 '구르는 천둥'의 말
시간 밖에서 살다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자기 과리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청정한 승가
바람 부는 세상에서
그 산중에는 무엇이 있는가
새벽 달빛 아래서

2.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새벽에 내리는 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
명상으로 삶을 다지라
홀로 있음
참된 여행은 방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마른 나뭇단처럼 가벼웠던 물

3. 안으로 귀 기울이기

두 자루 촛불 아래서
안으로 귀 기울이기
비닐 봉지 속의 꽃
수선 다섯 뿌리
섬진 윗마을의 매화
어느 오두막에서
가난한 절이 그립다
개울물에 벼루를 씻다
인간의 가슴을 잃지 않는다면
오두막 편지
파초잎에 앉아

4. 눈고장에서 또 한번의 겨울을 나다

겨울 채비를 하며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에
허균의 시비 앞에서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눈고장에서 또 한 번의 겨울을 나다
화개동에서 햇차를 맛보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하랴
뜬구름처럼 떠도는 존재들
바보의 깨달음
다산 초당에서

5. 새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가을에는 차맛이 새롭다
내 오두막의 가을걷이
어느 독자의 편지
이 가을에는 행복해지고 싶네
나를 지켜...보는 시선
거리의 스승들
가난을 건너는 법
그런 길은 없다
산천초목에 가을이 내린다
새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다








법정[저]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 법정 스님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선다. 1954년 오대산의 절을 향해 떠났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로 올라와 선학원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다음 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뭄래사시고 정진했다. 그 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는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 본래의 수행승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제자들에게조차 거처를 알리지 않고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가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대표 산문집 [무소유]는 그 단어가 단순히 국어사전에 있는 사전적 개념을 넘어 ‘무소유 정신’이라는 의미로 현대인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서 있는 사람들] [물소리 바람소리] [산방한담] [홀로 사는 즐거움] [아름다운 마무리] 등의 산문집과 명상집 [산에는 꽃이 피네]는 오랜 세월 변함없이 사람들의 영혼을 적시고 있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입적하였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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