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트라우마의 감옥


셔터 아일랜드 트라우마의 감옥<인터파크웹진>


원작을 가진 영화의 필연적 숙명은 원작과 비교되는 것이다. 현실에선 원작까지 읽는 관객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원작이 훌륭하다면 비교의 주체들은 깐깐해진다. 영화의 입장에선 경향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평자들은 대체로 원작 소설을 읽으며 떠올렸던 자신의 상상을 우위에 놓기 좋아하고, 대체로 영화가 직설적으로 재연하는 ’그림’이 상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상상에서 너무 멀리 나가 버렸다고 믿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2003년 출간된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셔터 아일랜드>도 아마도 그같은 운명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훌륭한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옮긴데다, 각색 과정에서 보여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적 개입이 대단히 능수능란한 것이었다고 믿고 싶어졌다.

내 경우,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었는데, 이를테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경우 영화를 먼저 본 게 원작 읽는 재미를 반감시켰던 것과는 달리, 영화를 먼저 본 게 소설의 문제적 주인공 테디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소설 <살인자들의 섬>과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한마디로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거대한 감옥’으로 독자와 관객들을 안내하는 작품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모호하다고 하실 수 있겠으나,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표현함으로써 사전에 쓸데 없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피함과 동시에 일말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또 어쩌면, 희망컨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연방 보안관 테디와 그의 파트너 척이 셔터 아일랜드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중범죄자만을 수용한 이 곳에서 한 여죄수(환자)가 사라져 버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테디는 여죄수가 남긴 의문의 쪽지를 단서로 여죄수의 행방을 쫓는 가운데, 이 섬에서 뭔가 흉악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가운데, 그 자신의 개인사적인 불행(또는 트라우마)이 연루되며 셔터 아일랜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감옥이 돼 그를 옥죈다.

마틴 스콜세지가 <살인자들의 섬>을 영화화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마틴 스콜세지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고 있는 어떤 주제 의식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택시드라이버>(1976)에서부터 최근작 <갱스 오브 뉴욕>(2002)과 <애비에이터>(2004)까지, 그는 미국의 역사성을 정신분열증적 폭력성으로부터 찾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셔터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여죄수 실종 사건을 계기로 셔터 아일랜드라는 밀폐 공간의 미스터리와 한 인물의 내면에 얽혀든 복잡한 상황을 풀어가는 듯 보이지만, 1950년대의 미국 사회, 즉 2차 대전이 남긴 후유증과 공산주의에 대한 광신적 공포가 휘몰아치던 시대적 분위기는 원작과 영화에서 공히 아주 중요한 배경 단서가 된다.

이쯤에서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이 무의미하진 않을 것 같다.

"하나님은 폭력을 사랑하신다네. 자네도 알지?"
"아뇨 모릅니다."

교도소장은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가 테디를 향해 돌아섰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에 폭력이 왜 이리 많겠나? 폭력은 우리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지. 우리는 숨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폭력을 휘둘러. 전쟁을 하고, 희생 제물을 불태우고, 형제들을 약탈하고 그들의 몸을 공격하지. 그리고 너른 벌판을 냄새나는 시체들로 가득 채워, 왜일까?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으로부터 우리가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하나님께 보여드리기 위해서일세."

- <살인자들의 섬> 중에서


-이 지독히 냉소적인데다 신성모독적인 교도소장의 대사는, 영화엔 빠져 있다. 마틴 스콜세지는 대신 원작의 닫힌 듯한 결말을 살짝 바꾸고 테디의 다음과 같은 대사 하나를 첨가함으로써 그만의 인장을 새긴다.

"자네라면 어떤 삶을 선택하겠는가? 괴물로 오래 사는 것과 선량하게 빨리 죽는 것 중에서."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셔터 아일랜드 트라우마의 감옥 셔터 아일랜드 트라우마의 감옥<인터파크웹진> 원작을 가진 영화의 필연적 숙명은 원작과 비교되는 것이다. 현실에선 원작까지 읽는 관객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원작이 훌륭하다면 비교의 주체들은 깐깐해진다. 영화의 입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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