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가수들에게 들려주고픈 조스 스톤의 음악

조스 스톤의 새 앨범을 듣고 있다. 그녀는 데뷔작부터 청자를 매혹한, 그리고 4집까지 이어지는 행보 동안 늘 기대치를 만족하게 한, 많지 않은 우량 아티스트과의 싱어-송라이터이다. 10대의 나이에 음악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감히 소울의 어머니 아레사 프랭클린과 비교되는 영광을 누리더니, 색깔론을 유일하게 인정하는 음악계에서 흑인의 영혼을 가진 백인 소녀로까지 칭송받고 있다. 


앞서 거론한 조스 스톤에 대한 몇 가지 인포메이션은 그녀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늘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울의 고향인 미국에선 멀리 떨어진 섬나라 영국 출신이며, 댄스나 록음악이 아닌 소울 음악을 10대에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고집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속적 성공이 그녀의 수도사적인 면모를 희석시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그녀의 음악 인생을 시작함에 있어 대중적 성공을 지향한 것이 아닌, 창조와 만족의 아티스트쉽을 가지고 등장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음악 자체로 존재하며, 유행과 흐름을 읽는 텍스트의 자리에선 한 발 떨어져 있다. 말하자면, 팝 칼럼니스트라는 골치 아픈 직업을 가진 이에겐 순수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12곡의 정규 트랙과 한 곡의 히든 트랙을 담은 새 앨범의 제목은 [Colour Me Free]이다. 왜 그녀가 소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철학적 대답을 문패로 다는 이 앨범은 여전한, 그래서 늘 만족하게 하는 완성도 높은 트랙들과 보컬이 꼼꼼히 배치되어 있다. 

첫 곡부터 쏟아져 나오는 거침없는 자신감의 검은색 톤의 목소리는 고막이 아닌 가슴에서 ‘쿵쾅’거린다. 이제는 명 프로듀서의 자리에 오른 라파엘 사딕의 노련한 손질과 제프 벡의 기타, 데이비드 샌본의 색소폰으로 이어지는 걸출한 뮤지션들의 참여는 그녀의 보컬에 더해진 보너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2009년의 시간에 완벽하게 복원해 내는 클래식 소울들의 존재다. 자칫 50년대 트랙들의 리메이크로까지 착각하게 할 소울 음악에 대한 훌륭한 이해가 그녀의 음악적 성취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한 마디를 덧붙여야만 할 것 같다. 조스 스톤, 그녀의 나이 이제 22살이다. 


최근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주제의 토크쇼에 초대받았다. 

‘10대 걸 그룹들의 성 상품화 이대로 좋은가?’

이야기를 꺼내자면 할 얘기야 많지만, 녹화장에 가기 전부터 답답하다. 지난 몇 달간의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거론했던 ‘대한민국 음악계, 음악의 부재’에 대한 궁시렁을 다시 동어 반복해야 하는 것이 한심하단 뜻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와있지만 음악성을 논하고, 올해 최고의 앨범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은 많지 않다. 매체 종사자들도 조금은 지친 것이라고 섣부르게 판단해 본다. 

상업적 성공만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음악과 음악계에 어떤 논평이 필요할지 의문이다. 아이돌 스타의 공연장에서 펼쳐진 선정적인 무대와 꿀벅지로 상징되는 걸 그룹들의 노골적인 섹스어필 속에서 매주 연재해야 하는 이 지면을 새로운 사유로 메우기조차 부담스러워진다면 너무 심한 엄살일까? 

조스 스톤의 앨범을 몇 번이나 반복해 들으면서 ‘그녀는 고작 22살인데.’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이것은 분명한 칭찬이자 한 편으론 질투에 불과하다. 너무 쉽게 세상의 성공을 탐하게 된 아이돌들로 넘쳐나는 음악계에서 독백으로 전달하는 한탄이기도 하다. 

꼭 가수일 필요 없는, 배우나 예능인이 되어도 상관없는 사이비 아티스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앨범 한 장을 골라야 한다면(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 현재로선 조스 스톤의 새 앨범이 될 것 같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사이비 가수들에게 들려주고픈 조스 스톤의 음악 조스 스톤의 새 앨범을 듣고 있다. 그녀는 데뷔작부터 청자를 매혹한, 그리고 4집까지 이어지는 행보 동안 늘 기대치를 만족하게 한, 많지 않은 우량 아티스트과의 싱어-송라이터이다. 10대의 나이에 음악계에 첫발을 디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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