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싱크, 머라이어 캐리는 되고 우리는 안된다?

립싱크, 머라이어 캐리는 되고 우리는 안된다? 머라이어 캐리의 립싱크가 몇 주간 논란이 됐다. 새로운 앨범 홍보를 위해 내한, KBS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립싱크가 외국의 사례에 비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언론사 기자들의 문의였다. 외국의 사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미국 NBC TV의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이다. 코미디와 라이브 음악이 곁들여진 프로그램으로 짐 캐리와 너바나가 거쳐 갔다고 하면 그 대표성에 쉽게 설명될 것이다. 라이브 프로그램인 SNL에서도 립싱크로 인한 잡음이 있었다. 2004년 10월에 있었던 애쉴리 심슨 사건.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애쉴리 심슨의 무대가 립싱크로 밝혀지면서 한 동안 그녀는 꽤 심한 망신을 당했다. 미국의 음악계에서 가수의 라이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내의 쇼프로그램에서 라이브를 중시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어찌되었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간혹, 자신의 음악이 지향하는 것은 댄스 음악이기에 노래보단 춤이 먼저라는 해괴한(!) 변명으로 립싱크를 감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엔 그럭저럭 정착이 되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프로그램에 따른 편차가 있는 것 같다. 인기곡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선 비교적 립싱크에 대한 여유로운 시선이 존재하는 반면, 음악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에선 라이브에 대한 고집이 강한 것이다. 문제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후자에 속한다는 점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립싱크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전성기가 지난, 하지만 아직도 디바라는 호칭에 집착한 그녀의 홍보 전략이 굳이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을 것이다. 최고의 보컬 능력을 뽐내던 시절에도 사진 촬영의 각도부터 대기실의 인테리어까지 신경 쓰던 그녀가 미국의 유명 프로그램도 아닌, 제3세계의 한 프로그램에서 라이브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오히려 순진한 생각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머라이어 캐리가 라이브를 했는가, 립싱크를 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프로그램이 어찌 돌아가건 간에, 국내에서 정통 음악을 지향한다는 프로그램의 내부적 기준이 분명한가의 문제를 따져 봐야 한다. 만약, 국내 아티스트가 음향시설을 문제 삼아 립싱크를 고집했다면, 출연 허락을 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자. 비교의 격(!)이 틀리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대는 머라이어 캐리가 아닌가? 전 세계의 음악 팬들이 첫 번째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데 이견이 없고, 출연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와 시청률에 대한 보장 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 만약 그런 이유로 출연이 결정되었다면 기분은 더 찜찜해진다. 결국 대한민국 음악계의 콤플렉스만을 확인하는 꼴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어찌 보면 이번 머라이어 캐리의 립싱크 사건은 대한민국 음악 프로그램에 던져진 일종의 시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국내 아티스트들에겐 그토록 엄격하게 적용했던 라이브 무대가 머라이어 캐리라는 암초에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리면서 공신력과 자기 기준을 잃어버린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에겐 되고, 국내 아티스트들에겐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웃기지 않은가? 한편으론 아쉽기만 하다. 머라이어 캐리가 립싱크를 고집했을 때 그녀의 출연을 과감히 거절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그 뉴스가 프로그램의 신뢰와 시청률을 견인하는 멋진 계기가 될 수 있지는 않았을는지.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