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데이를 즐기는 연인들의 자세

할로윈데이를 즐기는 연인들의 자세



가을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인 호박. 그리고 호박하면 떠오르는 건 호박죽과 ’할로윈데이’다.

10월 31일. 3일 후면 ’할로윈데이’다.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에 행해지는 미국의 전통행사로 미국에 이민 온 아일랜드 사람들이 들여 온 풍습으로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이전 아일랜드, 영국, 북부 프랑스 등에 살던 켈트 족은 11월 1일에 새해가 시작된다고 믿었으며 1년의 끝은 10월 31일로, 이날 밤에는 사망자의 영혼이 가족을 방문하거나, 정령이나 마녀가 나온다고 믿고 있었기에 이것들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가면을 써, 모닥불을 피운 것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할로윈데이 파티를 열기로 계획을 했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긴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아왔던 ’파티’를 우리들도 한 번쯤은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일상의 고단, 지루함 등을 하루만이라도 벗어나자는 취지가 가장 컸다. 왁자지껄 각자의 코스프레를 이야기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 검색창에 ’할로윈의상’이란 다섯 글자를 쳤다.

주르르륵- 할로윈의상들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싸이트가 몇 페이지 이상 떴다. 한 곳 한 곳 들어가 보는데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독특하고 화려한 코스프레 의상들이 ’어서 날 입어주세요.’ 라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할로윈의상이라 해서 난 유령, 마녀, 박쥐, 검은 고양이, 고블린, 좀비, 악마,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이런 것들을 상상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 곳에서 보여주는 할로윈의상들은 팅커벨, 핑크 바니, 경찰 제복, 어우동, 메이드 복들로 전부 섹시함, 귀여움 등등만을 강조한 것이었다. 저런 의상들을 본다면 사망자의 영혼이 도망 간다기 보다 오히려 더 달라붙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화려함에 넋을 놓고 장차 한 시간 동안이나 그런 사이트 들을 들여다보며 ’과연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염없이 하다 나와 함께 의상 고르기에 여념 없는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대체 이런 사이트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매일 할로윈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니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부분 섹스 플레이에 사용되는 옷들이야."
섹스 플레이란 것은 단순히 성관계에서만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에 플레이를 접목한 놀이 형식의 섹스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는데 네이트온에서 노란 불이 다시 한 번 반짝거렸다.

"솔직히 평범한 사랑은 no- 잖아. 나도 사랑을 나눌 때 가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예전에 본 외화 드라마에서 권태를 느낀 부부들에게 어떤 의사가 ’코스튬 옷을 입은 섹스 플레이를 해보세요.’ 라고 권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저게 뭐야. 이상해.’ 라며 혀를 내두르고 티비 채널을 돌려보았지만 문득 지금 우리가 이국의 문화를 따라 일상의 지루함을 던져버리려고 파티를 하는 것과 같이, 매번 똑같은 섹스로 짜릿함은 사라지고 그냥 단지 밥 먹는 것처럼 당연하게 변해버린 연인이나 부부의 섹스에 그런 과감한 시도도 필요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와 연인끼리 교복을 입고, 간호사 복을 입고 사랑을 나눈다 해 뭐라 뭐라 욕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한 번쯤 일상의 지루함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분명 브릿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릿지가 실수로 ’바니’ 의상을 입고 파티에 나타났을 때 마크는 그녀를 보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분명, 다른 날과 다른,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밤이 되리라는 직감 비슷한 걸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여느 술집 같이 -어떤 업소는 여종업원의 의상을 요일에 따라 교복, 코스프레(만화나 게임 주인공의 복장) 등으로 바꾸기도 한다- 코스튬 의상을 날마다 바꿔서는 곤란하다. 주객전도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랑을 키워나가야지, 사랑은 잃으며 자극만 찾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분명 때때로 자극은 필요하다. 멍하게 멈추어 있는 것들을 자극시켜 뭔가 다시 돌아보게 하고, 그 반성 중에 깨닫고 얻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자극만을 내세운다면, 그것에도 내성이 생겨 웬만한 자극이 아니면 다시 무뎌지게 된다. 더 이상은 자신이 느끼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극이 주가 되고, 내 자신이 객이 되어 자극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씁쓸한 기현상마저 일어날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가끔 할로윈 데이 파티 같은 즐거운 ‘반칙’들을 끌어 들인다. 하지만 반칙뿐인 세상이라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그런 혼란에 놓여 보아야 할 것, 들어야 할 것, 느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할로윈데이. 10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이제 총 10번도 남지 않은 올 해의 주말. 어떻게 보내는지는 자유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내든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고, 소중한, 그래서 더 뜻 깊은 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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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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