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IRIS 1

아이리스 IRIS 1 :

채우도 저 ㅣ 퍼플북스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된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분단국가다. 한국과 북한을 둘러싼 열강들이 늘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핵문제는 6자회담의 최대 사안이다. 북한이 보유한 핵이 자칫 한반도에서 벌어질지 모르는 2차 한국전쟁의 가장 주요한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소설[아이리스]는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관계, 주변 정세 등을 배경으로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리려는 글로벌 조직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는 남한과 북한의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부조차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비밀 조직 NSS의 특수요원들. 그들은 난이도 높은 작전에 대비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고된 훈련을 받고,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까지 제어하도록 교육 받은 사람들이다. 오직 수직적인 명령 체계를 따르며 임무 완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언제든 개인의 생활이나 목숨까지도 내놓을 준비가 된 사람들로서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나간다.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 특수 요원들

조국의 통일을 위해 행동하는 남한의 NSS 요원 현준과 승희, 그리고 사우.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현준은 NSS가 자랑하는 엘리트 요원이다.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최승희는 배후에 있는 힘을 알지 못한 채 프로의식과 신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이지적인 여성이나 현준과 사랑에 빠짐으로써 예기치 못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우는 어렸을 적부터 늘 현준에게 한 발 뒤진다는 열등감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밖에도 조국과 신념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북측 최고 요원 박철영,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작전 공작원 선화, 그리고 거대 음모의 배후인 글로벌 조직 아이리스 소속의 냉혈 킬러 빅…….
그들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다. 정부조차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도 연인에게도 그들은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 존재가 밝혀지는 것은 곧 조직의 와해를 재촉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생존 법칙에 충실하면서 ‘살고 싶다면 사랑에 빠지지 마라’는 룰을 철칙으로 삼고 살아간다.

우리도 언젠가는 괴물이 될 거야!

그들은 선택과 운명의 갈림길 위에서 끊임없이 번뇌하고 갈등하지만 결코 삶을 멈추지 못한다. 하지만 개인을 포기하고 조직을 선택한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존재의 부정’뿐이다. 혹독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들은 인간성을 상실하고 인간의 감정에 등을 돌린다. 그러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괴물이 될 거야……” 하고 절규한다. 살아남기 위해 운명을 배반해야 하는 그들, 조직을 위해 사랑마저 피해가야 하는 그들,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그들의 아픔은 독자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소설[아이리스]는 독자들에게 드라마와 텍스트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드라마가 문자로 형상화할 수 없는 이미지에 집중했다면 소설은 역으로 드라마가 구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면과 깊이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살아 있는 심리 묘사와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은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십분 살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베일에 싸인 신인 채우도 작가의 능력 덕분이다. 그는 정교하고 개연성 있는 플롯과 캐릭터를 살려주는 정확한 인물 묘사로 함량 미달의 국내 장르문학에 일대 선전포...고를 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인이다.



-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진실과 사실
본 어게인
슬픈 괴물의 전설
우울한 부다페스트
존재하지 않는 자
상처 입은 고양이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짐작보다 많은 일들
하트 & 애로우
심장이 없어





- 본문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책상에는 아직 스탠드가 밝혀져 있었다. 사우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3을 넘어 4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사우는 몸을 일으켜 현준의 등 뒤로 갔다. 현준은 대충 훑어보기만 하는지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이거 봐, 꼴통이 공부는 무슨 공부?’
사우는 현준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야, 이 미친놈아. 그렇게 읽는 시늉이나 하려면 차라리 퍼자라. 괜히 형님 수면 방해하지 말고.”
현준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대꾸했다.
“잠이 덜 깼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 왜 건들고 난리야?”
“야, 그렇게 후다후닥 책 넘기는 게 공부냐?”
“공부하는 거 맞다니까!”
“어휴, 알았다, 알았어. 그런 식으로 공부 많이 하세요, 네.”
사우는 어이없다는 듯 현준을 쳐다보다가 다시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현준에게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 내심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 현준이 아니라 사우였다. 그는 또 현준에게 뒤처지고 만 것이다. 왜 그가 아니라 현준이란 말인가? 겉으로는 그 나이에 억지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현준을 동정하는 척했지만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도저히 꺼질 것 같지 않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진실과 사실’ 중에서)

사우는 참을 수 없는 갈증 때문에 눈을 떴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정수기 물을 한 컵 쉬지 않고 들이켰다.
어슴푸레한 창밖으로 소담스러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밤새 켜둔 주황색 간접 조명은 평화로운 실내의 모습을 은은히 비추었다.
침대 위의 승희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현준의 팔을 베고, 현준의 가슴에 팔을 두른 채 쌕쌕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사우의 가슴이 자꾸 먹먹해졌다. 글루미 선데이. 사우에게는 너무 우울한 일요일 새벽이었다.
(/‘본 어게인’ 중에서)

벽난로가 있는 아담한 일본식 주점에서 승희는 따뜻한 사케를 한 잔씩 마셨다. 한쪽 벽면에는 이곳을 방문했던 손님들의 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대부분은 젊은 연인들이었다. 그러다가 머리가 하얀 노부부가 V자 손가락을 내밀고 웃는 사진을 발견했다. 승희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이 많은 사람들 증에서 과연 누가 이들처럼 함께 늙어갈 수 있을까?’
그러면서 승희는 현준을 떠올렸다.
‘그럴 수 있을까? 우리도…….’
날짜와 이름이 다양한 필체로 적혀 있는 사진을 둘러보면서 승희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현준을 생각했다.
건너 테이블에는 어린 연인이 앉아 있었다. 예쁘게 포장된 사탕봉지를 가슴에 안은 여자가 발랄하게 웃자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남자도 환하게 웃었다. 종업원이 이들에게 포즈를 주문하면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이댔다.
(/‘슬픈 괴물의 전설’ 중에서)

사우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현준은 재빠르게 통신장비가 든 가방을 챙긴 다음에야 비로소 사우를 바라보았다.
사우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
“사우야!”
“미안하다…….명령이야.”
사우가 어두운 눈으로 현준을 쳐다보았다. 현준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왜 네가 나를…….”
잠시 머뭇거리던 사우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네가 나였어도 아마 똑같이 했을걸. 이건 나에게 떨어진 임무야. 정말 미안하다.”
총을 든 사우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그 순간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문이 부서졌다. 사우는 본능적으로 방 구석으로 몸을 굴렸다. 부서진 문 쪽에서 총알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사우는 몸을 굽히고 응사하면서 방 안을 살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의 숫자가 쉬지 않고 깜박이고 있었다.
현준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발코니 문이 어느 새 활짝 열려 있었다.
사우도 발코니 쪽으로 몸을 날렸다. 현준은 물론 사우...에게는 오늘이야말로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하루였다. 아직 어떻게 끝날 것인지 모르는 하루. 특히 사우는 백산 부국장이 그를 호출하던 순간부터 도저히 깨어나지 않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이 무시무시한 호랑이 굴에서 무사히 벗어나야만 했다.
(/ '우울한 부다페스트’ 중에서)

사우의 뇌리에 현준과 함께 했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그가 언제나 따라 잡지 못했던 현준. 그는 늘 현준의 등 뒤에서 숨을 헉헉대며 따라가야 했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여자조차 현준에게 빼앗겼다. 아니, 사실 그에게 승희를 빼앗긴 것은 아니다. 사우에게는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표현할 아주 작은 기회조차! 그는 늘 현준의 페이스에 말려들었고 언제나 패자가 되었다.
백산이 다시 빈 잔에 위스키를 가득 채웠다.
“물론 이번 일에 김현준을 선택한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하지. 자네는 김현준의 과거를 알고 있나?”
“예. 저와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
“아니, 그전의 과거 말일세.”
백산은 또 하나의 파일을 사우에게 던졌다.
“그걸 읽어보게. 그러면 왜 NSS가 김현준을 버리기로 했는지 확실히 이해하게 될 걸세.”
사우가 서류 파일을 집어드는 순간 백산이 그의 가슴에 영원히 빠질 수 없는 대못을 박았다.
“자네도 언제까지나 샬리에리로 살 수는 없네. 샬리에리가 모짜르트보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순간 사우는 단칼에 무릎이 잘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 '존재하지 않는 자’ 중에서)


  출처 : 인터파크 도서


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아이리스 IRIS 1 아이리스 IRIS 1 : 채우도 저 ㅣ 퍼플북스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된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분단국가다. 한국과 북한을 둘러싼 열강들이 늘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핵문제는 6자회담의 최대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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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아이리스' 200억원을 건 도박
    '아이리스' 200억원을 건 도박 제작비 200억원짜리 대작 드라마란다. 톱스타 군단의 등장에다가 액션과 사랑이 적절히 혼합된 맞춤 상품이다. 역시, 시작부터 시청률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200억원을 투자한 제작사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현 상황으로 보면 도박에 가깝다. 이유가 뭐냐고?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와 관련된 세가지 안건이 터져 나왔다. 하나는 KBS 국감 현장에서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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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아이리스 6화 감상
    현준(병헌)은 비행기타고 헝기리를 뜨기로 하는데 이전 5화 마지막신에서 절친인 상우(준호)에게 비행기가 격추당하고 현준의 비행기는... 끝내 추락한다... 우여곡절 끝에... 의문의 인물(?)에게 비밀리에 구출되어 치료받게 된다. 몇일이 지난 뒤에야 정신이 든 현준은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기로 결심을 하는데... 한편, 북한 호위부 박철영(김승우)은 마지막 기회라며 선화(김소연)를 현준이 헝가리를 탈출해 일본에 있단 사실을 말하며 그에게 현준을 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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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아이리스 시청
    시청률 하늘높이 솟고있다는 소식에 본것이 아니라, 이병헌이 출연한다고 해서 봤다. 내가 초딩시절부터 티비에서 봐왔던 이병헌 아저씨는 이제 40세이다. 그러나 .... 머리속에 있던 40세의 이미지는 갱신되고 있다. 이제 나이가 40이라고 하면 '늙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중후한 느낌과 더불어서 어쩌면 섹시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미중년이라는 말이 나오는걸까? 지진희씨도 정말 멋있던데(결못남에서)... 배우 이병헌씨는 미중년이라는 말도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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