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로망이 물씬 묻어나는 드라마들<인터파크웹진>

韓 <아가씨를 부탁해> vs 日 <메이의 집사>




21C 목 빼놓고 앉아서 왕자님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여자들은 더 이상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공주님이 되어 왕자보다 더 멋진 집사를 거느리기를 원한다. 어찌 보면 왕자님을 구하는 것보다 왕자보다 멋지고 다재다능한 집사를 구한다는 게 더욱-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변화는 여자들이 그만큼 자신이 늘 맞춰야하고, 이해해 줘야 하는 남자가 아니라, ’자신을 배려해주고 위해주는 남자’를 갖고 싶어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손 내밀면 혀를 내밀고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복종하는 남자는 또 매력이 없다고 한다. 또한 시키는 일만 해주는 남자도 안 된다고 한다. 여자들은 출중한 외모와 스타일, 매너, 교양, 지적수준, 운동 신경 등 뭐 하나 스펙이 빠지지 않는 그러한 남자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는 헌신적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여자들의 로망으로 그려낸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하나는 최근에 방영되고 있는 한국의 <아가씨를 부탁해>이고 하나는 올해 3월에 방송되었던 일본의 <메이의 집사>이다. 오늘은 이 두 편의 드라마 속에서 드러나는 여자들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 아가씨 vs 아가씨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아가씨들은 판이하게 다르다. 하나는 여자 구준표(츠카사)에 필적할 만한 안하무인에 싸가지와 개념이 덜 탑재된 천상천하 유아독존형 아가씨이고, 하나는 자기가 아가씨인 줄도 몰랐던 아가씨이다(편의상 전자를 혜나, 후자를 메이라고 하겠다).

나는 집사와 메이드를 거느리고 사는 게 당연한 여자이다. 엄청난 재벌가의 손녀로 타고날 때부터 그렇게 타고났다.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해도 인정받는 게 당연하고, 그 인정은 자신이 가진 외모보다도 할아버지의 돈에서 나오는 것임을 잘 아는 똑똑한 아가씨이다.
이미지 제공 : 인터파크음반


반면 메이는 어마어마한 혼고 가문의 차기 후계자 자리를 사랑 때문에 박차고 나온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출신도 모른 채, 부모님과 함께 수타 우동집을 하며 평범 그 자체로 살았다. 부모님의 사고로 인해 자신의 가려져 있던 신분을 찾게 되고, 그 신분을 인정받기 위해 혼고 가문이 지정해 준 성 루치아 학원으로 들어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혜나보다는 메이 쪽에 한 표를 들어주고 싶다. 분명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어찌 보면 혜나의 매력이 더 클 수도 있었으나 깔아준 판에서 제대로 놀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혜나 아가씨 보다는 충분히 감정선을 따라갔던 메이 아가씨가 더 낫지 않았나 싶다.


2. 집사 vs 집사
 

<아가씨를 부탁해>에 나오는 서동찬(윤상현 분)은 가장 한국형에 맞는 집사에 가깝다. 집사라는 직업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처럼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집사였던 적은 없었다. 사실 집사라는 직업 대신 각각 다른 직업들을 달고서 집사처럼 살았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말이다. 서동찬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위해) 제비였고, (집을 지키고 빚을 갚기 위해) 혜나의 견습 집사가 되었다. 집사로 일하기에는 너무 성격이 거칠고 드셌고, 집사로 제대로 일해본 적도 없어 어설프지만, 특유의 임기응변과 기지로 혜나가 파놓은 함정들을 샥샥- 잘도 메워가며 혜나의 마음까지 사로잡게 되는 인물이다.

<메이의 집사>에 나오는 S랭크 집사 시바타 리히토는 초엘리트 집사이다. 외모, 스타일, 지적수준, 운동신경, 매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으며, 대대로 집사 집안이었던 탓에 가풍까지는 아니어도 그 견고한 틀을 잘 지키고 있는 집사이다. 리히토는 집사의 집안에서 집사로 태어났고, 집사 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했고, 메이의 곁을 그 탁월한 능력으로 빈틈없이 지킨다. 서동찬은 이러쿵저러쿵 이유가 많았지만, 리히토의 경우는 오히려 담백하다.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킨다- 라고 할까(나중에는 그 마음이 ’지켜주고 싶다’로 바뀌지만).

집사들의 비교에서는 비긴 걸로 갈까 한다. 분명 집사 랭크나 업무 진행면에서 보면 리히토가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몇몇 사람들의 몫까지 커버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서동찬 집사의 눈물겨운 노력을 무시하지 못하겠다.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여자들이 옆에 두고 싶을 만큼.


3. 재미 vs 재미
 

<아가씨를 부탁해>의 재미는 아가씨와 집사의 사랑, 이 1차원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감정선은 감정선대로 꼬이고 있어서 안타깝기까지 하다. 차라리 제대로 <환상의 커플>처럼 캐릭터플레이로 풀어나가면서 러브라인을 만들어 나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메이의 집사>에서 재미있는 것은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성 루치아 여학원이라는 학원이 배경이 되고, 이 배경 안에서 다양한 아가씨들과 집사들을 활용하면서 각각의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있다. 또한 이 여학원에는 절대적인 듀엘로가 있어 곳곳에 미션과 승부가 놓이게 되고, 이러한 미션과 승부로 인해 캐릭터들의 경험치 등이 상승하거나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게임 같고 만화 같은 설정 안에서도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인물들의 감정선과 러브라인들이 잘 녹여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메이와 리히토, 그리고 메이와 켄토, 루치아와 리히토, 루치아와 시노부 등 러브라인이 이중 삼중으로 쳐지면서도 각각의 감정선을 허투루 하지 않고 잘 살려주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러브 셔플을 볼 수 있었다.

가끔 만화적인 설정이 잘 통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드라마나 영화 해먹기 힘들다는 얘기들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만들지 못한 케이스가 더 많아서 그렇게 보일 뿐, 만들면 얼마든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만화든 드라마든 영화든 기본의 핵은 인물(캐릭터)과 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얼마나 만화적이고 게임 같은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만화적이고 게임 같은 상상력을 캐릭터와 스토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또한 만화든 드라마든 영화든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가가 꾸어볼 만한 꿈을 그리고, 그 꿈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데 묘미가 있다는 데에 있다.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 아니라, 있을 법한 이야기, 혹은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의 처음이 바로 로망이다. 한 번쯤은 꿈꾸어 볼 만한 것들. <메이의 집사>의 처음은 아마 ‘멋지고 다재다능한데 나만 바라봐주고 위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아니었을까. <아가씨를 부탁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혹은 비슷한 로망을 꿈꾸기는 하지만, 발현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메이의 집사>와 <아가씨를 부탁해>가 그러하듯이.

어떤 로망을 어떻게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로망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고, 유쾌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로망의 반은 이룬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거나, 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는 여성의 로망을 톡톡 건드리고 있는 ’여자를 위한’ ’여자들은 역시나 ’로망’ 에 약하다’ 는 것을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드라마이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여자들의 로망이 물씬 묻어나는 드라마들 韓 <아가씨를 부탁해> vs 日 <메이의 집사> 21C 목 빼놓고 앉아서 왕자님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여자들은 더 이상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공주님이 되어 왕자보다 더 멋진 집사를 거느리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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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그녀 혹은 그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lt;웹진 북&am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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