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저 ㅣ 학고재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이다.

회고록은 한참 후에 쓰려고 했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봉하마을 가꾸기, 시민광장, 정책 연구……. 그래서 ‘우공이산’을 표구하여 붙여놓고 이런저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장애가 생겼다.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마침내 피의자가 되었다. 이제는 일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인 것 같다. 왜 써야 할까?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다. 일은 삶 그 자체이다.
(/ p.16, 최종 수정일: 2009년 5월 20일 오후 5시 5분)


[성공과 좌절-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은 어떤 책인가

서거 며칠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회고록 집필에 들인 대통령의 노력은 집착 너머의 것이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마지막 남긴 말에서 보듯, 회고록 작성은 막다른 데 이른 대통령의 삶, 그것이었다.

회고록은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 등 총 2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1장 ‘미완의 회고’와 2장 ‘봉하 단상’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미완의 회고’는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대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의 목차를 포함, 대강의 구성을 직접 작성한 ‘성공과 좌절’(자세한 내용은 다음 페이지 참조)이다. 그리고 회고록 집필을 결정한 뒤 줄거리를 밝힌 구술 기록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와 ‘스스로 입지를 해체하는 참담함으로’ 등을 수록했다.
2장 ‘봉하 단상’에서는 노 대통령이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비공개 카페에 올린 글들을 최초로 공개한다. 네티즌과 함께 토론하고(‘민주주의와 시민의 주권행사’) 이명박 정부의 공과를 논하는 내용(‘춤추는 미사일, 누구를 위한 것일까?’/‘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담고 있다. 퇴임 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뇌하며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 노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2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네 차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육성기록으로 모두 3장으로 구성했다.
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는 어린 시절부터 인권변호사, 투사, 제도권 정치인으로 이어진 인생 역정을 술회한 내용이다.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반항 사건’에서 김대중·김영삼 대통령과의 인연과 평가까지, 흥미로운 일화들을 특유의 유머를 섞어 담담히 회고한다.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는 대북관계,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 보수·진보 양쪽의 협공을 받았던 노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대한 회고를 담았다. 또 정치개혁, 언론개혁, 공무원 사회 개혁 등 참여정부 시절 벌였던 여러 개혁이 어떤 성과를 남겼고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를 돌아본다. 특히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하는 남북정상회담의 긴박했던 분위기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물평 등 막후의 이야기를 비롯해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정치적 동지들에 대한 언급 등이 흥미롭다.
3장 한국 정치에 대한 단상은 노 대통령의 정치관과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를 맞추며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상을 역설하고(‘한국 정치에 대한 고언’) 시장 주도 경제로 들어선 한국이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의 미래(‘시민주권시대’)에 대해 논한다.

미완의 회고록 ‘성공과 좌절’은 어...떤 내용인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제1부 1장에 들어있는 ‘성공과 좌절’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의 목차를 포함, 대강의 구성을 직접 작성한 글이다. 200자 원고지 90매 분량의 이 글은 9개의 장 제목과 47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목차와 항목별 질문 및 추가 문제 제기를 담고 있다.

1장은 서언 격의 글이다. 회고록의 전체 기조를 ‘실패의 이야기’로 잡게 된 심경을 밝혔다.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분명히 좌절’되었고 ‘시민으로 성공하여 만회하고’ 싶었으나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16쪽)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은 ‘나의 실패를 진보의 좌절, 민주주의의 좌절’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일이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17쪽)
2장에서 노 대통령은 국가의 역할, 대통령의 과업과 역사적 과제 등을 다루고 있다. 참여정부의 비전과 전략 가운데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전략’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었는지를 강조한다.
3장에서는 참여정부의 노선을 ‘제3의 길’ 논의와 관련짓는 사유를 펼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슈퍼 자본주의]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의 노동전략, 토니 블레어의 [영국 개혁 이렇게 한다], 기든스의 책 등과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인 진보정책 연구소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1990년대 세계적 흐름을 짚는다. 특히 기존 좌파와 선을 긋는 중도 진보주의의 길에 대한 대통령의 모색은 ‘한국형 제3의 길 논쟁’을 촉발하는 논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24쪽).
4장에서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절반의 성공’도 못 이뤘다고 자평한 뒤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개혁을 하려고 한’(29쪽) ‘무리한 욕심’이 실패와 오류의 원인이라고 솔직히 토로한다.
5장에서는 ‘노무현 정치’가 좌절하게 된 배경에 대해 논한다. 연정, 지역구도 극복 등 자신의 정치적 실험이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 자체를 바꾸려’ 했던 시도였기에 실패했으며 ‘정권은 정당에 있고, 권력은 시민사회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6장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답을 찾지 못한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의 도적적 역량은 스스로의 파멸을 막을 만큼 현명한 것일까?’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새로운 세계 체제는 가능할 것인가?’(36쪽) 등 대통령이 제기한 질문과 각각의 항목에 추가한 구체적인 사례들(‘핀란드의 신성장동력’ ‘축소재생산 경제’)은 그 천착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흔적이다.
7장 ‘정치하지 마라’는 대통령의 고뇌 어린 자기 응시가 두드러진다. 정치인은 ‘싸움이 직업’이고 ‘빚이 많은 사람’이며 ‘노후 대책’뿐만 아니라 ‘생활비 확보 방법’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라는 것이다(38쪽). 그럼에도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여전히 ‘도덕성’이라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하는 판단력, 주변을 관리할 능력이 필요하다’(39쪽)고 말한다.
8장 시민주권 이야기는 대통령이 그렸던 민주주의의 미래인 ‘시민주권론’에 대한 스케치다. 노 대통령은 2007년 인터뷰에서 시민의 힘으로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통제하는 시민민주주의야말로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미래임을 밝힌 바 있다(273쪽).
9장은 ‘먹고 사는 일이 급해 덮을’(41쪽) 수밖에 없었던 인간과 역사에 대한 공부 계획을 담았다. [코스모스][거의 모든 것의 역사][왜 다윈이 중요한가][유전자 전쟁]등의 과학·인문서 등을 읽고 인생이란 무엇이고,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성공한 인생인지를 묻는 식으로 회고록을 구성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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