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혹은 그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웹진 북&>

그녀 혹은 그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인터파크웹진>


<개그 콘서트>의 ‘그냥 내비둬’라는 코너를 보면, 그렇게 날씬하지도,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여자가 갖은 애교를 피우고 그 애교를 그저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남자친구를 노숙자 두 사람이 비꼬면서 개그를 친다.

공공장소에서 과하게 스킨십을 하거나 끈적한 닭살행각을 풍자한 코미디로, 실제로 이런 커플들을 심심찮게 보고는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거리, 도서관, 영화관, 술집 등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들은 서로에게 fall in love 상태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다.
 


이미지 제공 : 인터파크도서


사실, 송혜교나 현빈처럼 선남선녀가 사귀는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극히 드물다. 여자가 연예인 뺨치게 예쁘면 남자가 조금 후줄근하거나, 남자가 모델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멋지면 여자가 조금 밋밋한 케이스도 많고, 남자와 여자 둘 다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 ‘제 눈에 안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커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런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보거나 부러운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네이트온 톡에서 태어나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거나, **년째 솔로라서 연애세포가 다 죽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혹은 그녀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눈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그녀들의 눈은 지상 세계에 내려와 있지 않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높이 붙어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웬만한 남자나 여자는 눈에 차지 않는다. 그것은 그나 그녀가 소름 끼칠 정도로 멋지거나 예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주변에서는 말한다. 좀 양심적으로 굴라거나, 니 얼굴을 생각하라거나 등등.

    
이미지 제공 : 인터파크음반


이러한 눈높이를 만든 데에 크게 기여한 것은 아이돌 스타이거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멋모르고 좋아하던 아이돌 스타의 외모에 맞추어진 눈높이는 쉽게 내려올 줄을 모르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맞추어진 눈 또한 쉽게 일상의 인물들과 타협할 줄을 모른다.

외모 지상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몇 년간 세뇌 아닌 세뇌로 그런 인물들만 바라보다가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딘가에 그러한 사람이 실제로 있을 거라고,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에 그들은 자신의 눈을 쉽사리 낮추지 않는 건지도. 아- 예전에 순정만화 속 남주인공과 닮은 남자를 원한다고 부르짖던 친구에게 한 남자친구가 톡 쏘듯 이런 말을 했다.

"지들은 명랑만화 주인공 친구같이 생겼으면서 남자는 꼭 순정만화 주인공을 찾아요."

첫 번째 경우가 아니라면, 두 번째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별로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것 같고, 소개팅이나 미팅처럼 꽉 짜여 있는 틀에는 맞추기 싫고. 주변에 사람들을 봐도 그렇게 안달 나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잘 연애하는 것 같으니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유감스럽지만, 틀렸다. 뭐,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예전 칼럼에 썼던 것처럼 연애를 하면 갖은 이유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 건강이 사나워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건 그보다 더 좋은 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대충대충 살다가 때가 되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제 3자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와 그녀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엄청난 준비와 노력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를 위해 같이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술자리에 있는 그를 보기 위해 무리해서 앉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노력-당사자에게는 확연히 보이는-이 있었기에 그와 그녀는 연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눈도 높지 않고,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없다면, 자신의 동선에 조금 더 신경써볼 필요가 있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자신의 하루 일상의 동선에 이성과 만나는 시간이나 장소가 어떠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일상의 동선이 ‘집- 회사(학교)-집’이고, 회사나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 동성이라면 당연히 연애는 힘들다. 더 쪼개서 집에서 회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이 경비 아저씨, 수위 아저씨, 버스 기사 아저씨, 지하철의 출퇴근 시민들이라면 상황은 더 암담하다. 다시 말해, 단순한 이성이 아니라 ‘연애 가능한 이성’과 자신의 삶의 동선에서 얼마나 자주, 또 특별하게 만나는 가가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귀찮아서 집 안에만 처박혀 있으면서 ‘나는 왜 연애를 못할까’를 생각만 하다가는 정말 생각만으로 그치게 될 지도 모른다. 외모나 여타 다른 스펙들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행동력이다.

연애를 해도 되고 연애를 꼭 하지 않아도 된다. 연애도 좋지만 연애보다 더 중요하고 재미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면 앞서 말한 것들로 자신을 체크해보고 자신의 삶을 조금 변화시켜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을 예쁘게 혹은 멋지게 꾸밀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그런 마음을 먹는 게 먼저이다. 아무리 멋지게, 예쁘게 꾸며도 속으로 ‘나는 후졌어, 망했어!!’ 그런 생각을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말이다.

자신에게 프라이드를 갖고, 사람들을 조금 더 여유롭게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아무리 뜯어봐도 단점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꽤 많으니까.

정해져 있는 운명의 사람은 있겠지만, 꼭 그러한 사람과 연애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운명의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쁘게 연애를 하다보면 그 ‘운명’이라는 것도 바뀌는 게 아닐까.

새끼발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빨간 실이 있어서 어떠한 다른 사람과 이어져 있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그게 다이렉트로 쭉 이어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꼬이고 얽히고설킨 상태로 빨간 실은 출발한다. 살아가면서 그 꼬이고 얽히고설켜 있는 걸 풀어나가는 지혜도 필요하고, 운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

왜 나는 연애를 하지 못하냐고 남 탓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발가락 끝에 꽁기꽁기 얽혀있는 그 마음부터 여유롭게 풀어 나가보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참 어렵지만,
참 힘들지만, 그 와중 샘솟는 행복감이 모든 아픔의 과정을 사르를 녹게 해주는
그래서 그 위험한 중독에 빠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애’ 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그녀 혹은 그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웹진 북&>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인터파크웹진> <개그 콘서트>의 ‘그냥 내비둬’라는 코너를 보면, 그렇게 날씬하지도,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 여자가 갖은 애교를 피우고 그 애교를 그저 사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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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스타 섭외에도 전략과 전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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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팜므파탈 - 운명을 흔드는 유혹은 어디서 오는가
    팜므파탈 - 운명을 흔드는 유혹은 어디서 오는가 때때로 남성에게 여성은, 혹은 여성의 강렬한 섹슈얼리티는 매혹인 동시에 강렬한 공포감을 안겨준다. 남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성적(性的) 공포심의 시원(始原)에 도대체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역사가 짧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우리 고전 <가루지기>의 여주인공 ‘옹녀’의 경우도 여러 가지 코드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원초적인 면에서 남성이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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