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인터파크웹진>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인터파크웹진>


21c 지금,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싸이월드 하죠? 우리 일촌 맺어요."
언제부턴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굿바이 인사를 할 땐 ’안녕’ 이라든가 ’다음에 봐요’ 라는 말 대신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 되어 버렸다.

’바야흐로 2천 국민 싸이 시대.’
’온라인 4촌 시대’
국민들 중 절반이 싸이월드를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네, four, 四 단계의 인맥을 거치면 아는 사람으로 연결된다는 것.
그러다보니, 싸이월드란 존재는 우리들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게 되었다. 집 모양으로 된 미니홈피 아이콘을 클릭하면 상대의 심리 상태까지 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싸이월드
정수현 미니홈피


쓸쓸, 답답, 그냥, 설렘, 사랑해, 짜증, 우울 바쁨 등등등.

미니홈피 하루 방문자 수에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 거죠?
제가 몇 번씩 들어가서 방문자 수를 올리기도 한다니깐요.

남자친구 싸이에 누가 방명록을 썼는지,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하나하나 보게 되요.
모르는 여자의 이름이면 파도타기를 해서 찾아가보게 되요. 마치 스토커처럼요.

제 남자친구랑 싸이를 통해 만났거든요? 쪽지가 왔었죠. 이상형이에요. 친구 하실래요? 라고. 지금 친구랑 놀고 있는데 친구 싸이에서 남자친구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이상형이에요. 친구하실래요? 헐. 얘 싸이 선수인거 맞죠? 곧 죽이러 갈 예정입니다.

얼마 전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을 올리는 게 취미가 됐고요. 처음을 손잡은 사진, 뽀뽀한 사진, 어깨동무한 사진 등등으로 제 싸이를 도배하게 되버렸죠. 헤어짐과 사귐을 반복하다보니 제 싸이도 닫혔다 열렸다. 혹 탈퇴해 버릴까요. 그런데 그러기엔 추억이 깃든 사진들이 너무 아까워요.

이별한 후 제게 제일 두렵고 무서운 것은 바로 싸이월드예요.
밤마다 잠을 뒤척이다가 전 애인의 싸이에 들어가요. 그 사람의 오늘 심리상태, 방문자 수, 다이어리 사진첩 등등을 보며 그 사람의 하루를 그려보죠.
그 사람은 왜 저와 일촌을 끊지 않는 걸까요? 그렇게 차갑게 뒤돌아 서 놓고 왜 미니홈피 상태는 외로움 쓸쓸 그리움인 거죠? 제가 먼저 전화해 봐도 될까요?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는 활기차진다. - 아, 양다리일 경우만 제외하고는. -
자기소개의 메인 사진은 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 밑에는 행복에 가득찬 말들이 내 미니미 혼자 멀뚱히 서 있던 미니룸에는 그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다이어리며 사진첩이며 늘 새 글임을 알리는 오렌지색의 N 표시가 반짝거린다. 칙칙했던 스킨은 화사한 커플 스킨으로 바뀌게 되고, 음악도 상큼 발랄한 것으로 바뀌면서 그 누가 봐도 ‘홈피 주인 열렬히 연애중!’ 임을 깨닫게 만든다. 

그랬던 싸이에 뒤숭숭한 음악이 깔리고, 사진첩보다 다이어리의 N 표시가 월등히 많아지며, 싸이 기분이 짜증. 우울. 답답.으로 깔리면 연애가 잘 안 풀리고 있는 것이고, 또 그러다 며칠 후에 다시 상큼발랄한 버전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먹구름 낀 하늘처럼 바뀌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치 여름날의 변덕스러운 하늘같은 그런 상태가 되버리는 것이다.

이별을 한 후 싸이에는 묘연한 분위기가 감돌게 된다. 미련이 남은 연인들은 서로의 싸이를 염탐하며 상대의 하루를 상상하고 예측한다. 때때로 그것을 역이용 하는 사람들도 있다. 괜히 더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행복한 척, 즐거운 척, 전혀 외롭지 않은 척. 하지만 그것이 깊은 늪으로 빠지기 직전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보여지고 싶은 심리와 보여주고 심리의 탁월한 만남!
이것이 싸이월드 성공의 핵심이라고 한다. 보여지고,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가장 잘 드러날 때가 사랑할 때, 그리고 이별 후이기에 싸이월드가 연인들의 사랑에 이렇듯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서글픈 세상이다.
간단히 사랑을 표시하고, 이별 후 그 추억들을 남들이 볼 수 없게끔 지워버리고, 또 다른 상대를 찾은 후 금세 그 사람에 대한 흔적으로 싸이를 도배해버리는. 

연애를 한다는 건 소통한다는 건데 싸이월드는 그런 소통의 면에서 보면 다소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려고 하면서 동시에, 연애의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상징화된 집(=홈피)안에 자신을 가두어 버린다.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 되다 보니 정작 보아야 할 것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정작 중요한 건 스킨이나 배경음악이 아니고, 방문자 투데이가 얼마나 있고, 내가 올린 사진들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내가 제대로 소통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우리의 그 행복한 시간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줘야겠다! 하는 건 필요 없지 않을까. 

주객전도의 형국처럼, 내 집(=미니홈피)에는 때때로 나와 너는 없고, 주인이 아닌 손님처럼, 낯설게 우리의 추억을 더듬어 보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다. 

당신의 집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습니까? 행복한가요, 어떤가요...?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인터파크웹진>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인터파크웹진> 21c 지금,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싸이월드에 빠져버린다. “싸이월드 하죠? 우리 일촌 맺어요.” 언제부턴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굿바이 인사를 할..

    답글삭제
  2. trackback from: 연예인, 유명인의 미니홈피를 찾아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1. 주소창에 찾고자 하는 연예인 이름을 입력한다. 2. 그 뒤에 .cy.ro를 붙인다. 참 편리하죠?

    답글삭제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