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라는 지루한 복제품 <인터파크웹진>

‘레이디 가가’라는 지루한 복제품


‘한 곡의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이건 구시대의 착각이자, 토드 헤인즈가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선언한 것처럼 이미 실패한 슬로건이다. 

21세기의 음악은 감상용 음악이 아니다. 혁명의 음악은 더더욱 아니며 컬러링을 통해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상한 음악이자 그 행위를 통해 누군가가 자신을 그 음악처럼 보아주길 원하는 스타일용 액세서리다.  

레이디 가가의 음악이 최근 팝 시장과 한국의 클럽가에서 유행이다.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 이 여성의 음악은 그리 놀라울 것 없는 그저 그런 상품이다. ‘최신’의 탈을 쓰고 있긴 하지만, 전시대 마돈나의 파격과 뉴 웨이브의 발명품을 혼합한 뉴 버전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오히려 뉴 웨이브 전성시절 데이빗 실비안이 이끌던 그룹 저팬의 음악이 더 현대적일 정도다. 20년 전의 패션이 복고란 이름으로 런웨이를 장식하지만,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겐 지겨운 반복에 불과하다. 더구나 자신을 음악을 넘어선 행위 예술가라고까지 격상시키는 뻔뻔스러움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녀가 옳을지도 모른다. 마돈나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혹평은 현재로선 유효하다. 


그럼에도 클럽에선 그녀의 음악이 몇 분 간격으로 스피커를 관통한다. 그리고 흥겹게 춤사위를 펼쳐 보이는 청춘들이 존재한다. 80년대의 클러버들이 신촌과 이대의 구루마에서 쿠와타 밴드의 <Just Man In Love> 카세트를 구입하던 것처럼, 그들도 레이디 가가의 음반과 디지털 싱글을 구매할까? 확인할 방법이 없긴 하지만 주관적인 견해론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파티용 음악의 용도란 파티장에서나 필요한 법이지, 여름의 이른 아침이 시작되면 곧 잊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80년대와의 차이점이다. 레이디 가가는 시대를 잘 못 고른지도 모르겠다. 마돈나의 음악은 골방 소년들의 자위용 배경음악으로라도 꾸준한 소비를 보였지만, 인터넷이 야동을 무한 살포하는 21세기에 그녀의 음악은 2차 시장을 확보하기 힘든 모양새다. 더구나 디지털 싱글엔 LP의 커다란 커버사진은 담겨 있지도 않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레이디 가가의 실험은 80년대에 빚진 바 크다. 당시의 단어 몇 개만 조합해도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그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레이디 가가는 여전히 유혹적인 아티스트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쇼케이스를 위해 한국의 클럽을 방문했을 때, 그 입장권을 구하기 위한 작은 난리마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 80년대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몇 권의 패션지에서 80년대의 재림을 논하고 있다. 늘 촉수 예민한 그들이니 믿어 볼만한 정보다. 그러나 전시대의 향수나 그리움 따위가 죽어버린 시대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영감이 떨어져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중이다.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새 밀레니엄의 도래와 함께 대중을 장악했던 힙합의 권력은 분산, 이양 중이다. 발라드와 록 음악에 힙합의 뉘앙스가 전달되면서 오리지널의 로얄티는 약해져 버렸고, 홍대 클럽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전당대회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힙합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에미넴의 새 앨범은 단 일주만 차트 정상을 차지했을 뿐, 어느 틈엔가 가속을 붙이며 내려앉았다. 대통령의 하야는 그 내각마저 사퇴시키는 법이니 ‘힙합의 퇴조’ 따위의 섣부른 루머를 퍼트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결론은 이렇다. 현재의 팝 음악계에 별로 재미있는 음악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건 감상자가 늙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늙었음에도 여전히 팝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또한 덧붙여야 할 사항이다. 누군가는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레이디 가가의 음악에 열렬한 추앙을 보내며.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시샘 가득한 부러움을 느껴야만 할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구처럼, 그 새벽에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지만, 젊다는 것은 바로 천국과 같으니까.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레이디 가가’라는 지루한 복제품 <인터파크웹진> ‘레이디 가가’라는 지루한 복제품 ‘한 곡의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 이건 구시대의 착각이자, 토드 헤인즈가 영화 <벨벳 골드마인>에서 선언한 것처럼 이미 실패한 슬로건이다.  21세기의 음악은 감상용 음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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