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 : 그림과 나누는 스물한 편의 인생 이야기

이명옥 저 ㅣ 21세기북스(북이십일)


예술가적 영감으로 그려낸 인생의 진실들
왜 고흐는 흙 묻은 구두를 그렸는가?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왜 행복해지는가?
렘브란트가 고통의 시기에 가슴 따뜻한 그림을 그린 이유는?


한 점의 그림에 눈을 떼지 못할 때가 있다. 흙 묻은 구두 한 켤레에서 내가 이제껏 느끼지 못한 인생의 깊이를 느낄 때가 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그림도 있다. 인간의 본성을, 때론 잔인하고 위험한 본능을, 때론 마냥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때론 숨기고 싶은 감정의 실체를 한 점의 그림에서 볼 수도 있다.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지음, 21세기북스]는 예술작품과 스물한 가지 인생을 통찰하는 키워드를 통해 예술가들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스캔하고 인간의 본성을 발굴하며, 세상만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소외시킨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라는 저자의 생각처럼 예술작품에는 예술가의 눈과 마음과 머리를 통해 통찰한 인생의 진면목이 담겨 있다.
인상파 화가 피사로가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했듯, 예술가들은 일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 보고도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 인생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90편의 그림과 나눈 스물한 가지 인생 이야기

본문에 나온 고흐의 구두 그림을 보라.86p 고흐는 삶의 여정을 흙 묻은 구두에 비유해서 그렸다. 헌 구두를 표현했을 뿐인데도, 신발주인이 겪었을 삶의 쓸쓸함과 고단함의 무게에 가슴이 아려온다. 고흐의 구두는 그 어떤 유명한 사람의 말보다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삶의 고달픔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삶의 길에서 부닥치는 고난과 역경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병에서 회복되는 내일이면 그 고통도 삶을 새롭게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라고 했던 고흐의 말처럼,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구두를 신고 미지의 땅에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또한 농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는 '왜 감자를 재배하는 사람의 노동은 다른 활동에 비해 흥미를 끌지 못하고 더 고귀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농민의 눈으로 그들이 겪는 가난을 솔직하게 그렸다. '행복의 화가'라 불리는 르누아르는 그림이 팔리지 않아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던 시절에도, 붓을 들 수 없는 신체적 고통 속에서도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행복한 그림을 그렸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폭력성과 폭력에 대한 공포를 화폭에 생생하게 표현해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오른 베이컨, '나는 영혼을 해부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라고 말하며 자신 안에 존재하는 불안에 주목한 에드바르트 뭉크, 직접 말로 하지 않아도 자연과 그리고 인간과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침묵의 화가 프리드리히 등 예술가들은 인생에 대해 통찰한 것들을 평생 동안 화폭에 담았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어보라. 그리고 한 편의 그림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라.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즐겁고, 때론 파괴적인 인생의 여러 가지 진실들을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목차

1부. 고흐의 구두를 신다

희망- 절망이라는 토양에서 피어나는 꽃
재생- 나비가 보여주는 인생의 아름다움
가난- 세상 모든 인간은 가난하다
떠남- 알을 깨고 비상하는 자유
인생- 자신만의 길을 걷다
행복- 즐겁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추억- 오늘은 내일의 추억이다

2부. 샤갈의 무중력 속을 날다

눈물- 메마른 감정의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
아름다움- 모두가 원하는 꿈의 산물
고독-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순간
사랑- 사랑도 공부가 필요하다
폭력- 도시인의 억눌린 본성
모델- 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
죽음-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하는 힘

3부. 렘브란트의 자화상 앞에 서다

용서- 누구를 벌할 수 있겠는가
침묵-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언어
명상- 마음의 영토를 무한대로 넓히다
전쟁- 모두가 패배자다
관음- 권태를 방지하는 묘약
불안- 삶의 연료가 되다
늙음-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방법

- 본문중에서

요즘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예술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칭찬 대신 비방이, 사랑 대신 증오가, 따뜻함 대신 냉혹함이, 선량함 대신 사악함이,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감정을 쓰나미처럼 휩쓸어 갔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삶의 양지가 되는 단어들, 예를 들면 양심이나 의리, 신념, 약속, 용서, 화해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삭제키'를 누르면서 희열을 느끼는 몬스터로 변해간다.
(/ 서문 중에서)

사람들은 삶의 종점을 향해 자신이 만든 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수많은 꿈과 달콤한 사랑, 그 무엇보다 희망의 짐을 배에 가득 싣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러나 배는 짐으로 가득 찬 상태이기에 앞으로 나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싣고 온 짐들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혹은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거운 짐들을 바다에 던져버린 배는 가벼워져 순항할 수 있겠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람들의 손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빈손으로 남겨진 사람들은 희망을 낚기 위해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파도를 헤치고 풍랑과 싸우면서 희망을 낚기 위해 바다에 낚싯대를 던진다.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항로에서 희망만은 반드시 낚아야 한다고 믿는다. 희망은 긴 항해에 등대가 되어주고, 세상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되기에.
(/ p.22)

나는 아주 소박한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새롭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의 관심사는 기계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야성을 간직한 원주민들처럼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 p.59)

예술가는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어항 속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그가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어항은 인생이며, 마을이며, 가족이다. 아니 예술가를 억압하는 공권력이며, 제도며 윤리도덕이다. 이 눈물은 구속을 거부하는 자의 눈물, 자유를 잃은 자의 눈물, 떠나고 싶은 자의 눈물,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는 자의 눈물이다. 그가 흘린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고이면서 어항 속을 채운다. 눈물과 어항 속 물은 순환한다. 만일 예술가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항 속의 물이 점차 마르면서 예술가는 그 안에서 살아갈 수도, 헤엄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즉 이 눈물은 그의 생명수다. 예술가의 메마른 육신과 영혼을 해갈해주는 구원의 눈물, 그의 고독을 보상하는 위안의 눈물인 것이다. 예술가의 숙명적인 고독을 눈물에 빌어 표현한 이 그림은 양대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 p.134)

그림의 주제는 고독이다. 호퍼의 인물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들은 혼자 있거나 혹은 서 있다. 호텔 침대 가장자리에서 편지를 읽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움직이는 기차에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호텔 로비에서 책을 읽는다. 마치 상처를 입은 듯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표정을 짓는다. 방금 누군가를 떠나왔거나 멀리 떠나보낸 것 같다. 그의 그림은 감상자에게 자신이 지닌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한다. 그리고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 pp.166~167)

화가에게 죽음은 가장 친숙한 주제였다. 드디어 앙소르는 자신을 해골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해골이 된 화가가 이젤에 놓인 작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열심히 작업하는 화가라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던 듯, 작업실 벽과 바닥을 그림들로 도배했다. […] 앙소르가 일생 동안 관심을 가졌던 주제가 이 그림에 모두 담겨 있다. 화가가 자신을 해골로 묘사한 까닭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살았으나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해골 같은 존재라는 뜻일까? 혹은 예술에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살해당한 희생자라는 뜻일까? 아니면 죽어서도 붓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면서 예술은 불멸의 생명을 지녔다는 뜻일까? 예술가란 죽음을 응시하고, 죽음을 화폭에 옮기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pp.239~241)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시신을 해부해 인체해부도를 제작했던 것처럼 나도 영혼을 해부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영혼의 움직임. […]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자신의 영혼을 연구하는 일이다. 나는 영혼의 해부에 사용되는 표본이다.
(/ p.332)

  출처 :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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