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절이 생기는 이유,페르포네 <인터파크 도서 웹진>

페르세포네의 납치 - 세상에 4계절이 생기게 된 이유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눈을 뜨니 간간히 봄비가 잎새를 톡톡 깨우고 있습니다. 여린 잎사귀들이 봄비에 촉촉히 젖었고 화단에 철쭉은 더 활기를 품고 피어나고 있습니다. 매일 새로운 화폭을 펼쳐 보이듯 풍경의 색갈이 달라지는 그런 날입니다. 살랑거리는 실바람에도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봄날 오후지요. 이런 봄날에` 밤하늘을 보면 처녀자리가 지상으로 떠오릅니다. 처녀자리는 바로 페르세포네의 별자리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변화 이외에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자연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자라고 병들고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했죠. 하늘, 바다, 산, 바위 등을 인간보다 큰 힘을 가진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신의 자격을 주었고 그 신들의 이야기로 세상을 이해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사계절의 변화가 생기는 이유를 페르세포네의 납치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페르세포네
Persephone


그리스 신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아주 오래고 오랜 옛날 지구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가 없었고 매일 봄처럼 따뜻했습니다. 하늘은 늘 맑았고 대지는 너무나 푸르렀으며 꽃은 지극히 아름다웠죠. 사람들의 생활도 아주 아름답고 행복했습니다.

데메테르는 수확의 여신입니다. 식물이 자라고 싱싱한 열매들이 열려 풍성한 추수를 하는 것 모두 데메테르 여신 덕분입니다. 인간에게 데메테르는 어머니 여신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딸에 대한 어머니 데메테르의 사랑이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데메테르가 사랑한 딸은 ‘페르세포네’였습니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와 데메테르에서 태어난 페르세포네는 절세미인으로 많은 신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옥을 관장하는 저승의 신인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버렸습니다. 페르세포네가 초원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꽃을 따고 있을 때였습니다. 사랑의 신 에로스의 화살을 맞아 그녀에게 반한 하데스는 그녀 앞에 꽃 한 송이를 피어나게 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그 신비한 꽃을 따려고 허리를 굽혔죠. 그런데 그녀가 꽃에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발 밑에서 땅이 쩍 갈라지는 게 아닌가요? 그리고 마차를 탄 하데스 신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새에 그녀를 지하세계로 납치해 가 버렸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어둠의 왕국으로 끌려가면서 혹시나 올림포스의 신들이 구출해 주길 기대했으나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절망에 빠진 페르세포네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죠. 이 소리는 모든 산은 물론 바닷속 깊숙한 데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데메테르도 이 소리를 들었습니다.

딸의 납치를 알고 절망에 빠진 데메테르는 딸을 찾기 위해 그리스 땅 전역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딸을 잃은 어머니는 미친 듯이 그리고 쉬지 않고 딸을 찾아 다녔으나, 누구 하나 속 시원히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태양의 신, 달의 신, 새벽의 신 모두 하데스가 두려워 어느 누구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칠 대로 지친데다 슬픔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여신은 방석 돌 위에 털썩 주저앉아, 흐르는 비까지 그대로 맞으며 아흐레 밤낮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헤매 다닌 지 아흐레 되는 날 밤, 데메테르는 헤카테를 만나 페르세포네의 비명소리는 들었으나 누가 범인인 줄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둘은 모든 것을 굽어보는 헬리오스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죠.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본 헬리오스는 주범은 하데스이고 공범은 바로 제우스임을 데메테르에게 밝혔습니다. 딸이 저승의 왕 하데스에게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된 데메테르는 제우스에게 찾아가 딸을 찾아주기를 애원합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동생인 하데스를 위해 그녀의 청을 거절합니다.

딸을 잃은 슬픔에 신전에 틀어박힌 데메테르는 자신의 직분인 농사를 전혀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로서는 제우스와 하데스가 한 짓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죠. 인류가 농사를 지은 이래 최악의 흉년이 들었습니다. 그 해는 그야말로 재앙의 해였습니다. 씨앗이란 씨앗은 모조리 죽고 풀 한 포기조차 나지 않아 쌀 한 톨 건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들은 겨우 식물의 뿌리만 캐내어 먹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대지의 여신이 땅을 돌보지 않아 모두가 굶주리게 되자 제우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우스는 데메테르의 청을 수락하면서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그것은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있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가 ‘봄의 여신’을 데리고 저승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갖다 준 석류를 받아 알맹이의 과즙을 먹은 뒤였죠. 지하세계의 열매를 한번 맛본 자는 그 세계를 결코 떠날 수 없는 법이었습니다.

결국 양측의 대립이 해결되지 않자 헤르메스가 중재에 나서서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를 주신인 제우스에게 데려갔습니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1년 중의 4개월(어떤 곳에서는 6개월이라는 설도 있네요)은 저승의 여왕으로 하데스와 같이 살고, 나머지 기간은 지상에서 살도록 명령했습니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신부가 되어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었지요.

겨울 동안 땅 위에서 꽃과 열매를 볼 수 없는 이유는 딸을 잃은 데메테르가 고통과 고독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봄이 되어 페르세포네가 어머니 곁으로 돌아오면 땅은 다시 초록색으로 뒤덮이고 꽃을 피워 냅니다. 모녀의 재회가 땅 위의 모든 피조물까지 큰 기쁨에 휩싸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4계절의 변화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호메로스의 <데메테르에게 바치는 찬가 Hymn to Demeter>에는 페르세포네가 어떻게 니사의 계곡에서 꽃을 꺾다가 하데스에게 붙잡혀 지하세계로 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페르세포네가 해마다 4개월을 지하세계에서 보낸다는 이야기는 쟁기질하고 씨를 뿌린 후 가을비로 되살아나기 전인 추수 후 한여름의 황폐한 모습의 그리스 들판을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씨앗(대지의 딸)은 땅(하데스)속에 묻힘으로써 그 모습을 감추지만 봄이 오면 다시 데메테르(땅)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봄의 여신’이 다시 페르세포네를 날 빛 아래로 데려오는 것이죠.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북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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