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소에 입맞춤하다 2탄 : 인터파크 웹진 북 N

비가 한 가득 내리고 왠지 축축한 화요일. 아침부터 몸이 카페인을 찾는다. 결국 몸의 요구에 이끌려 찾은 까페 핀벨(Finn_Bell). 찬바람을 피해 들어가자마자 주인 아저씨의 “어서오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훈훈한 기운이 몸을 녹여준다. 막 나간 사람들이 비워놓은 안쪽 자리에 짐을 풀어놓고 메뉴판을 뒤적인다.

이 곳은 숙대 앞,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까페 핀벨. 세련되기보다는 아늑한 분위기의 자그마한 카페다.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숙대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길이 갈라지는 곳 골목 안에 살짝 숨어있다. 멋진 두 남자가 함께하는 까페로, 친절에 있어서는 정말 최고인 듯!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사람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여기 주인장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이 곳의 매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편안하게 쉬면서 노닥거리다 갈 수 있는 장소라는 점과, 맛있으면서도 착한 가격! (4종류의 드립커피가 모두 3500원, 홈메이드 케이크도 3000원, 커피류와 다양한 차도 4000원 안팎이다.)


  


두 가지 매력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곳은, 보면 볼수록 또 오고 싶은 맘이 샘솟는 곳이다. 일단 카페 안의 작은 오두막. 이 날은 아쉽게도 미리 점령한 그룹이 있어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아마 점령할 때까지 까페에 들락거릴 만큼 탐이 나는 장소다. 게다가 깔끔한 오픈 키친에서는 커피 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찬찬히 둘러보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기에 이미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마치 아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메뉴판까지 친근한 핀벨. 친절하게 이름 밑에 간략한 설명도 넣어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꼼꼼하게 읽다 먹고 싶은 게 늘어나는 걸 생각한다면 친절한 것이 맞는지 의문스러워지기도 하지만.. 오늘의 선택은 홈메이드 초코케이크과 직접 갈아 내린다는 드립커피.


귓가에는 재즈의 음률이, 머리 위로는 아늑한 조명이. 그리고 초코케이크와 커피 한 잔. 이로써 행복한 오후를 위한 준비가 갖춰졌다. 이 시간에 우연히 함께하게 된 책은 한 켠에 놓여있던 황경신의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작은 까페 속에서 시간을 잃고 방황을 시작한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는 황경신이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한 후 쓴 에세이다. 풍경의 사진과 황경신의 감성적인 글이, 프로방스 지역의 잔잔한 느낌과 어우러져 읽는 이의 시간을 마법처럼 멈추게 하는 편안한 책이다. 바로 이렇게 느긋한 오후 커피 한 잔과 즐기기에 딱 좋은.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가 지금 나와 딱 어울리는 글귀를 발견했다.


난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음'의 상태에 놓여있었다.(86p)
황경신 저.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어느 화요일 오후, 핀벨에서 난 시간도, 생각도 방황하게 내버려둔 채 그 곳에 머물러 있었다. 항상 예쁜 까페를 멀리서만 찾았는데, 새삼 눈을 돌려보니 가까운 곳에 반짝반짝 숨어있었나 보다. 아늑한 분위기가 비 내린 후의 눅눅한 공기와 참 잘 어울리던 곳, 핀벨. 비라면 질색하던 나인데, 벌써부터 다음에 내릴 비가 기다려진다.  


글/사진 : 인터파크도서 기자단 1기 정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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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책, 장소에 입맞춤하다 2탄 : 인터파크 웹진 북 N 비가 한 가득 내리고 왠지 축축한 화요일. 아침부터 몸이 카페인을 찾는다. 결국 몸의 요구에 이끌려 찾은 까페 핀벨(Finn_Bell). 찬바람을 피해 들어가자마자 주인 아저씨의 “어서오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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