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결혼식은? <인터파크 도서 웹진>



바야흐로 꽃 피는 오월이다. 주위로부터 알 수 없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만물의 번식기라서 그런 모양이라고 장난스럽게 대답하지만, ‘오월의 신부’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지도 모르겠다.

봄이 되면, 여자들은 이상형에 대해 토론하는 것만큼이나 결혼에 대해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상상 속 그녀들은 주머니 사정과는 전혀 관계없이, 물 속에서 하늘 위까지 다양한 결혼식을 치른다.  


내가 본 가장 이색적인 결혼식은 단연 인도의 결혼식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작년 1월경, ‘오르차’라는 작은 시골 마을을 여행하던 때였다. 우연히 알게 된 동네 주민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구경을 가게 되었는데, 그날의 주인공은 스무 살의 ‘시마’라는 처녀였다.

인도의 고전 <마누 법전>에 의하면 남녀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30세의 남성과 12세의 여성’, ‘24세의 남성과 8세의 여성’이라고 하니, 그곳에서는 그리 이른 나이도 아닌 것이다. (물론 이후 개정된 법에 의해 인도인의 혼인 연령은 남자 21세 이상, 여자는 18세 이상으로 규정되었다.)


하루 동안의 이벤트처럼 지나가는 우리나라의 결혼식과는 달리, 인도의 결혼은 적어도 나흘 이상씩 진행된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도 결혼만큼은 화려하게 하는 것이 원칙인지라, 평생 번 돈을 그날 모두 쏟아 붓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여기나 저기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은 ‘축제’와도 같아서 경제적인 문제로 아옹다옹하기 보다는 웃고 즐기는 데 목적이 있다.


상류층은 어떤 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정해진 예식장은 없다. 힌두교인들은 사원이나 성지 부근에서 결혼하기를 원하는데, 오르차 같은 경우 마을 곳곳에 마할(성)이 산재해 있어 ‘결혼하기 좋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시마의 결혼은 간즐라츠민 사원 뒤쪽에서 이루어졌다. 집에서 출발한 웨딩버스는 마치 우리나라의 ‘함’처럼, 5분에 한 걸음씩 느리게 간다. 신랑 신부의 친구들은 밤새도록 격렬한 춤사위로 흥을 돋우는데, 노홍철의 춤을 연상시킨다.


예식장에 도착하면 제법 구색을 갖춘 뷔페와 포토존이 눈에 띈다. 신부는 눈, 코, 귀, 이마, 목, 손가락, 발가락 할 것 없이 화려한 장신구로 온 몸을 치장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고도,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신랑은 ‘알라딘’을 연상케 하는 인도 전통 예식 모자를 쓰고 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놀랍게도 이들은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아직도 부모가 짝 지어준 배우자와 알지도 못한 채 혼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먹고, 마시고, 춤추는데 흠뻑 취한 인도인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것은 전혀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신전 앞에서 동네의 거지와 개들도 함께 즐기는 결혼 축제는, 우리나라의 것과 너무 달랐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결혼은 돈이 되지 않았던가. 똑같은 웨딩드레스에 예식홀, 뷔페, 심지어 신혼여행지까지 공동 구매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도 인도인들처럼 웨딩드레스를 집어 던지는 게 어떨까?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이미지 / 출처 : 인터파크 도서
글/사진 : 인터파크도서 기자단 1기 임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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