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인터파크 도서 웹진>

오르페우스(Orph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로 부인 에우리디케(Eurydice)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우리에게 더 친숙합니다.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옥의 왕 하데스를 만나러 간 오르페우스, 그는 음악으로 신들을 감동시키고 자신의 슬픈 감정을 표현한 대가로 사랑하는 아내의 부활을 선물 받습니다. 하데스는 아내를 돌려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제안합니다. 그것은 바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 동물의 음울한 울음소리가 가득한 동굴을 빠져 나오는 그들, 지옥의 왕은 온갖 소음을 지어내 오르페우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고 또 되뇌지만 결국 출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뒤를 돌아보고 말았죠.. 그리고..

많은 전설과 신화는 ‘뒤돌아보지 말라’ 라는 격언을 종종 제시하곤 합니다. ‘오르페우스(Orpheus)의 이야기’도 그렇고 ‘소돔과 고모라’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단지 물리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말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과거를 되돌아보거나 캐묻지 말라는 뜻일까요? 그리고 경고를 무시하고 뒤를 돌아본 오르페우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신들의 나라 올림포스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보니 제우스에게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습니다. 신들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노래로 남겨야겠는데, 그걸 담당할 신들이 없었기 때문이죠. 문자가 있어서 기록해 둔다면 별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문자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우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를 찾아가 아흐레 밤을 동침합니다.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나자 기억의 여신은 아홉 자매를 낳았습니다. 이들이 바로 기억을 통해서 신들의 나라와 인간 세상의 온갖 예술을 담당하게 될 무사히(Mousai) 여신들입니다. 이 여신들을 영어로는 뮤즈(Muse)라고 하죠. 뮤즈 아홉 자매 중 막내인 칼리오페는 현악과 서사시를 맡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칼리오페의 아들이 오르페우스입니다.

오르페우스

강의 신 오이아그로스(다른 설에는 아폴론)와 칼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였고, 전설적인 리라의 명수였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음악의 아버지’로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리라의 연주 솜씨는 신과 인간은 물론 사나운 동물마저 얌전하게 만들 정도로 뛰어났다고 합니다.(여기서도 아폴론이 자신의 리라를 선물했다는 설이 따로 존재합니다.) 오르페우스는 또한 아르고호(號)의 원정에 참가해 자신의 리라 연주로 마녀 세이렌들의 노래를 물리쳐 배의 안전을 도왔다고 합니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였을 때, 이를 축하해 주도록 히메나이오스(혼인의 남신)도 초대를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히메나이오스는 참석은 했으나 아무런 길조도 가져오지 않았죠. 그의 횃불까지도 연기만 나서, 참석한 이들의 눈에 눈물만 나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전조에 의해서인지 에우리디케는 결혼 후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동무인 님프(들, 언덕, 동굴, 하천, 샘, 수목 등에 있는 여자 정령들. 요정)들과 거닐고 있을 때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었죠. 아리스타이오스는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추근댔습니다. 이에 겁먹은 에우리디케가 도망치다가 그만 풀 속에 있는 뱀에게 발을 물려 죽고 말았죠.

오이아그로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는 그의 슬픔을 노래로,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아니 지상의 공기를 호흡하는 모든 것에 호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자, 이번에는 죽은 자의 나라로 가서 아내를 찾아 오기로 결심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타이타로스(땅 밑에 있다는 암흑계. 지옥) 섬의 측면에 있는 동굴을 거쳐 노래와 연주로 지옥의 강 스틱스를 지키는 사공 카론과 개 케르베로스를 매혹시켜 지옥의 강을 건너 지하세계인 명부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유령의 무리를 헤치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옥좌 앞에 나아갔죠. 그리고 리라로 반주를 하면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노래했습니다.

"죽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면 누구나 오게 되어 있는 이 저승 땅의 신들이시여. 불경한 말을 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둠에 잠긴 타르타로스를 구경하기 위해 여기 온 것도 아니요, 세 개의 머리에 뱀이 감긴 저 메두사를 붙잡아가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제가 이 슬픔을 참아낼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강한 인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으려고 애썼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신이 부리는 조화가 저에게는 너무나 힘에 벅찼습니다.
이 사랑의 신은 저 위 세상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분입니다만 아마 여기에서도 그럴 것입니다. 이곳을 다스리시는 신께서도 오래 전에 이 사랑의 신이 쏜 화살을 맞으시고, 왕비 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시어 위 세상에서 왕비님을 모셔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마 두 분께서도 이 사랑의 신을 아실 것입니다. 이 무서운 땅의 권능에 기대어 소원합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리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저희들 산 것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위 세상에서의 한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소원하는 것은, 신께서 호의를 베푸시어 제 아내를 그 동안만이라도 저에게 돌려주시라는 것입니다. 만일에 신께서 이를 거절하신다면 저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돌려주시든지, 아내와 저를 이곳에 잡아두시고 기뻐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오이아그로스

오르페우스의 슬픈고 애달픈 노래를 듣자, 하계의 신은 감동을 했고 망령들까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탄탈로스(제우스의 아들이자 펠로포스와 니오베의 아버지. 거부였으나 아들 펠로프스의 고기를 여러 신들에게 먹이려고 한 죄로 명부에서 영원한 기갈에 허덕이게 됨.)는 목이 마른 데도 잠깐 동안 물을 마시려고 하지도 않았고, 익시온(켄타우로스의 아버지. 불경죄로,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 채 끝없는 회전을 계속한다고 함)의 차륜도 정지하였죠. 독수리는 거인의 간을 찢기를 중지하였고, 다나오스의 딸들은 체로 물 푸는 일을 중지했습니다. 그리고 시시포스(Sisyhos. 코린트의 왕. 제우스를 속인 죄로 바위를 산 위로 굴려 올리는 일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형벌을 받았다고 함)도 바위 위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습니다. 복수의 여신들의 양 볼이 눈물에 젖은 것도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페르세포네도 거부할 수 없었고, 하데스도 자신도 양보했습니다.

오르페우스

드디어 에우리디케가 호출되었고, 그녀는 새로 들어온 망령들 사이에서 부상당한 발을 절뚝거리며 나타났습니다.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데리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나, 조건이 하나 붙어 있었죠. 그것은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그가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고 오르페우스는 앞서고 에우리디케는 뒤따르면서 어둡고 험한 길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즐거운 지상 세계로 나가는 출구에 거의 도착하였을 때, 오르페우스는 순간 약속을 잊고 에우리디케가 아직도 잘 따라오나 확인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다시 끌려갔죠. 그들은 서로 포옹하려고 팔을 내밀었으나, 허공을 감았을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죽어 가면서도 에우리디케는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기를 보고 싶어 못 견디어 저지른 일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요.

아내의 두 번째 죽음은 오르페우스를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그녀의 뒤를 따르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그는 다시는 지하 세계로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식음을 전폐하고 이레 동안이나 이 강변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동안 그가 양식으로 삼은 것은 슬픔과 눈물뿐이었죠. 오르페우스는 하릴없이 잔인한 에레보스의 신들을 원망하면서 험하디 험한 로도페 산, 북풍이 휘몰아치는 하이모스 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르페우스

목숨을 걸고 아내를 구하러 갔지만 결국 자신의 실수로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 그는 상실감과 자괴감을 시와 노래로 부르며 지긋지긋한 여생을 견뎌냅니다. 그렇다면, 이후 오르페우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실감에 빠진 오르페우스가 만든 허무의 노래는 수많은 여성과 님프를 유혹했습니다.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듯이 그는 점점 더 매력적인 남자로 부상한 것이죠.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그 어떤 여자도 가까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무관심이 짙을수록 그를 사랑하는 여성들의 조급함 역시 깊어갔습니다. 이들은 저희들을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오르페우스에게 앙심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죠. 흥미롭게도 결국 오르페우스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원한을 품은 여성들(트라키아Thracia. 에게 해 동북 지방의 처녀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orpheus

아이스킬로스의 설에 따르면, 오르페우스는 디오니소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던 아폴론을 더 존경했기 때문에 디오니소스가 마이나스(Mainas:디오니소스 신도)들을 시켜 주신제에서 갈갈이 찢어 죽이게 했다고도 합니다. 그의 머리는 레스보스로 떠내려가면서 리라를 타며 노래를 했다고 합니다. 이 레스보스에 오르페우스의 신탁소가 세워졌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머리가 예언을 하는 오르페우스 신탁이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탁보다 유명해지게 되자 아폴론이 오르페우스 신탁의 중지를 명했죠. 뮤즈들은 오르페우스의 찢긴 시체의 조각들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고, 제우스에 의해 오르페우스의 리라는 하늘의 성좌 즉 거문고 자리가 되었습니다.

망령이 된 오르페우스는 또 다시 타르타로스에 내려가, 거기서 에우리디케를 찾아 내고 그들은 드디어 사랑하는 이를 끌어 안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같이 행복해 취해 들판을 거닐었죠. 이제 그녀는 영원히 그의 곁에 머물 것입니다. 그가 마음껏 그녀를 바라보아도 말이죠.

오르페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로맨스 <오르페오 경 Sir Orfeo>에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 이야기로 변형되었습니다.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Orfeo ed Euridice>, 장 콕토의 희곡 및 영화 <오르페우스 Orphe>, 20세기 브라질 영화 <흑인 오르페우스 Black Orpheus> 등에도 오르페우스가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아내와의 사랑, 이별, 후회, 반추, 순결한 죽음으로 이루어진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한 여자를 끔찍이 사랑한 남자의 드라마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테의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은 뱀에게 물리거나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에우리디케와 슬퍼하는 오르페우스를 동시에 보여주는데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아쉬움...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더더욱 가슴 한 켠에 오롯이 쌓아두고 곱씹어보는 미련과 아쉬움의 감정이 아닐까요?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북 & 초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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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trackback from: Hans의 생각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오르페우스(Orph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로 부인 에우리디케(Eurydice)와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우리에게 더 친숙합니다. 죽은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옥의 왕 하데스를 만나러 간 오르페우스, 그는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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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올여름 여행가고 싶은 곳을 책으로 찾아본다.여행추천
    여름이 다가오면서 여행서적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요즘은 여행서적들이 워낙 좋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있다. 책한권이 특정 나라나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서들이 되고있다. 개인적으로 좋은글과 사진들이 담겨있는 여행서적들을 추천해본다. 이외에도 좋은 책들이 많은걸 알고 있다. 혹시 이 리스트를 보고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미지를 찾아서 리스트에 추가시킬게요...^^ 그녀를 감동시킬 여행지 50 홍민기, 조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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