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세대?

막장. 흔히 갈 데까지 간 사람을 일컬어 막장이라고 한다. 그 원래 뜻은 ‘갱도의 막다른 끝’으로, 굴을 파 들어가 일하는 광부들은 위험한 작업이라고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궁한 그들은 막장으로 들어간다. 요컨대, 먹고 살기 위해 별 짓을 다 하는 상황, 바로 막장 인생인 것이다.

이 말은 얼마 전 읽은 <88만원 세대>에서 봤다. 우석훈과 박권일 저자는 20대를 지칭하는 말이 없다며 고민한 단어 중 하나가 ‘막장 세대’라고 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결국 현재의 20대를 지칭하는 말은 ‘88만원 세대’로 붙여지긴 했지만 ‘막장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 우리는 처참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88만원 세대’ 또한 의미가 크게 다르진 않다.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인 74%를 곱한 수치인 88만원은 현 시대를 극명하고도 안타깝게 비추는 액수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20대는 독립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렇다 보니 위 세대들에게는 패기 없고 게으른 세대로 낙인 찍히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베이스는 탄탄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소수를 제외하곤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88만원 세대. 그들에겐 성장의 미래가 아닌 죽음만이 난무하는 개미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바리케이드도, 짱돌도, 혁명도 없는 우리는 그렇게 막장을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젊은 세대들은 어떨까? 얼마 전 나온 <퍼킹 베를린>이 눈에 띈다.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선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자극적인 광고문구에 이끌려 읽어보니, 지독한 현실을 위해 몸을 판 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 어려운 선택이었겠지만 담담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세상은 정말 시대의 젊은이들을 이렇게까지 몰아세워야 했던 걸까?







우리나라에 88만원 세대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밀레우리스티 즉, ‘천 유로 세대’가 있다. 유럽의 25~35세, 고용계약 형태의 직종을 가진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이다. 한화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을 먹고 사는 그들의 삶도 우리네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자의식은 건강하다. 스스로에게 천 유로 세대란 이름을 붙이고, 빡빡한 삶이긴 하지만 유쾌하게 일상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고달픈 인생이지만 소설 <천유로 세대> 속에 드러난 그들의 삶은 그래도 살아 갈 만하다는 느낌이랄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소설가 김영하는 <퀴즈쇼>에서 20대의 자화상을 그려낸 바 있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으로 자리잡은 인터넷, 그 안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30대인 작가의 눈에도 지금의 20대들은 나약하고 게으른 존재였을까. 주인공 민수로 대변되는 20대의 모습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니는 도망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모두들 목소리를 높인다. 잘 될 거라고 근거 없는 희망을 부르짖기도 하고, 어쨌거나 오늘을 또 살아야지 하며 힘을 내보기도 한다. 물론 20대 스스로가 노력하고 의식을 바꿔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시대에 20대가 찬밥 취급을 받는 것은 비단 그들의 탓만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들을 대하는 사회와 위 세대들의 배려와 양보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이언의 목소리가 담긴 열정의 책 한 권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세상이 너무 편해져 적당히 좋을 대로만 살아도 그냥 저냥 살아지는 게 요즘 세태일지 모른다. 그런 우리에게 진정한 열정, 세상을 향한 사랑, 사람에 대한 애정을 남겨준 한 남자의 조근조근한 고백록인 <스물 일곱, 청춘을 묻다>. 아직 꿈을 키워가는 많은 20 대들에게 따뜻한 에너자이저가 되길 바래본다.

꿈 많은 20대여, 좌절하지 말고 살아남길!  




글/사진 : 인터파크도서 기자단 1기 정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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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장세대? 막장. 흔히 갈 데까지 간 사람을 일컬어 막장이라고 한다. 그 원래 뜻은 ‘갱도의 막다른 끝’으로, 굴을 파 들어가 일하는 광부들은 위험한 작업이라고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궁한 그들은 막장으로 들어간다. 요컨대, 먹고 살기 위해 별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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