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구희연, 이은주 저
ㅣ 거름

 

석면 화장품은 빙산의 일각, 대한민국 화장품의 현주소

석면 화장품 사건이 터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화장품 업계의 비밀 하나가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정말 큰 문제는 이 정도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장품 회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량, 위험 원재료를 둘러싼 제2, 제3의 화장품 스캔들이 마치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처럼 수없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화장품에 대한 대부분의 진실을 모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정말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해야 하는’ 성분이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세안 후엔 반드시 스킨-로션-에센스-크림 4종 세트를 순서대로 발라야 좋다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사실 화장품은 음식과는 거리가 먼 ‘화학 성분’일 뿐이다.

국내 최초 화장품 회사 직원의 커밍아웃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며 신상품 바르기를 좋아했고 누구보다 화장품을 사랑했던 저자들. 그러나 서서히 의문과 회의가 들었고 다방면의 연구와 공부를 통해 화장품에는 그간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밀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비교적 순하다고 알려져 어른들도 애용하는 파우더 등 유아용 화장품에도 여러 종류의 유해 성분이 들어가 있어 충격을 준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천연 화장품조차 우리나라엔 뚜렷한 기준이 없어 화장품 회사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2008년 10월, 소비자의 생명줄과도 같은 전성분 표시제(화장품에 첨가된 전체 성분을 함량 순대로 표시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됐음에도 이를 화장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거나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는 극소수이다. 성분들의 이름이 어렵다는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 성분보다는 색, 향, 기능성 인증 여부 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무지한 판단 기준인지 이 책에서는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저자들은 특히 “그나마 색조 화장품은 피부 깊숙이 스며들지 않도록 개발하기에 덜 위험할 수 있으나, 기초화장품은 그야말로 피부가 ‘먹는’ 것이기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상 기초화장품에는 색소나 향료가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기에 가급적 유해 성분이 덜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비자들은 여름이 되면 단지 시원해 보인다는 이유로 발암성이 의심되는 색소가 가득 들어간 파란색 스킨에 상쾌한 향이 나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석면만큼이나 두려운 유해 성분들은, 화려한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통해 자연주의 혹은 천연 화장품이라고 알려져 있는 업체들의 제품에서도 무수히 발견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이지만 대안이 없다는 표면적 이유와 그만큼 저렴한 대체 성분을 찾을 수 없다는 실질적 이유로 여전히 쓰일 수밖에 없는 화장품 업계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의 거짓말, 전성분 표기로 알 수 있다

몸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은 안 먹고 살 수 있어도 화장품만은 바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현대 소비자의 딜레마이다. 그러나 화장품의 전성분 표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발암·환경호르몬 의심 성분, 합성계면활성제가 첨가된 제품의 구입을 거부한다면, 철옹성 화장품 회사들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파라벤, 아보벤젠, 이소프로필 알코올, 소디움 라우릴 황산염 등 위험성이 가장 높은 20가지 화학 성분들만이라도 피하자고 말한다. 이 책에는 특별 부록으로 ‘반드시 피해야 할 대표적인 화장품 성분 20가지’ 카드가 들어 있어,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실제적으로 화장품 구매 시 선택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화장품 매장에서 전성분 표기를 확인해보면, 이러한 유해 성분이 하나도 안 들어간 제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가급적 최소로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현실이 아직은 아쉬울 따름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화장품을 왜 많이 바르는가

불황을 모르는 화장품 시장은 치열한 아이디어와 마케팅의 전장이다. 화장품을 많이 사고 많이 바르게 하려고 스킨·부스터·토너, 로션·에센스·세럼·크림 등의 새로운 이름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름만 다른 이 제품들은 점성에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는 똑같은 제품들이다. 여기에 제품마다 미백이니 주름이니 보습이니 노화 방지니 하는 기능성 명칭까지 집어넣는다. 왠지 위에 언급한 제품들을 다 발라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이렇게 우리는 화장품 회사의 광고 홍수 속에서 많이 발라야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고, 많이 바를수록 좋은 거라는 교육을 은연중에 받아왔다. 스킨-로션-에센스-크림을 기본적으로 갖춰 순서대로 발라야만 한다고 대한민국 여성들을 세뇌하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화장품 회사의 거짓말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초 4종 세트’의 개념은 대체 뭐란 말인가? 4종으로도 모자라 홈쇼핑 등에서는 십 몇 종 세트마저 팔고 있으니, 이는 그저 화장품을 많이 팔기 위한 화장품 회사의 상술일 뿐이다. 화장품 연구 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1.8%에 불과한데 광고에 쏟아 붓는 비용은 24%나 되는 비정상적 구조가 그 속임수를 만들어내고, 소비자의 세뇌 상태를 유지시킨다.
피부는 70%가 유전이고, 나머지 30%는 관리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화장품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다. 화장품 광고는 모두 드라마틱한 효과로 마치 내 얼굴을 팽팽하고 잡티 없는 아기 얼굴로 만들어줄 것처럼 얘기해서 우리의 기대에 부채질을 한다.
만일 그동안 사용한 화장품 중에 정말 바르자마자 좋아지는 느낌이 확 오는 제품이 있었다면, 그건 화장품 회사가 말하는 성분의 효능이 아니라 합성폴리머 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바르는 즉시 효과가 있는 제품은 없다. 만일 있다면 효과가 보이는 것처럼 만든 제품이거나 화장품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성분(예를 들자면 수은, 납 등)이 들어간 제품일 뿐이다.

합성 원료의 피해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은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화장품 회사들은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석유계 화학물을 애용하고 있다.
마트에 진열된 가공식품들이 맛있어 보이는 색과 감칠맛, 보존성을 위해 각종 식품 첨가물을 쓰듯, 여러분이 쓰는 화장품도 각종 화학 첨가물을 넣어 아름답게 포장한 화학물일 뿐이다. 석유계 화학물의 발암성, 환경호르몬 유발에 관한 연구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화장품 회사들은 “현재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 않으냐”, “그게 화장품 원료 탓이라는 걸 100% 증명할 수는 없지 않으냐”라며 외면하고 있다.
비록 외국 사례이긴 하지만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성기가 만들어지지 못한 남자 아기가 태어나고 여자 아이가 유방암에 걸리는 기절초풍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웰빙 열풍으로 천연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몇몇 화장품 회사들이 천연 성분을 쓴다고 광고하면서 보여주는 행태들이다. 기실 회사 입장에서 천연 소재를 사용하려면 그 소재 속에 함유된 불순물의 처리 및 소재 자체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익이 우선인 화장품 회사가 그런 비용과 위험 부담을 감수할 리가 있겠는가?
화학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엉뚱하게도 이런 곳에 절묘하게 쓰인다. 해당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면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를 통한 잔류 독소의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논란의 중심에 있는 GMO(유전자조작 콩)처럼 천연 성분과 분자구조만 같은 짝퉁 성분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는 마치 무심코 밟은 지뢰 위에 서 있는 상황과 같다. 화장품 회사가 주장하듯 그 지뢰는 아직 터지지 않았고, 안 터질 수도 있지만, 각종 쏟아지는 연구 결과들이 곧 터질 거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소비자만이 바꿀 수 있다

필자들은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보다 나은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첨단 기술이 아직도 ‘싸게, 그리고 많이’ 만들기 위한 작업에 주로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이지만 대안이 없다는 표면적 이유와 그만큼 저렴한 걸 찾을 수 없다는 실질적 이유로 국민의 건강권은 가볍게 무시된다.
몇 년 전 인스턴트 식품류에 들어가는 첨가물의 해악성을 낱낱이 밝힌 전직 과자회사 직원이 있었다. 그의 주장은 한동안 과자며 인스턴트 라면 매출을 급감시킬 만큼 전 국민의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의 전성분 표기를 보고 안전한 제품과 멀리할 제품을 판단하게 되면서 적어도 식품회사들을 어느 정도는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익을 목표로 하는 회사들은, 특히 대기업들은 매출에 영향이 미칠 정도가 되지 않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식품 회사들이 변화하고 노력하듯 우리가 화장품 각각의 전성분 표기를 꼼꼼히 보고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거부할 때, 화장품 회사 또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화장품의 전반적 문제점과 화장품 회사들의 속임수, 화장품에 들어가 있는 조심해야 할 화학 성분 등을 알려 소비자의 판단을 돕는 데 중점을 두었다. 화장품에 들어간 모든 성분을 표기하도록 한 것(전성분 표시제)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어떤 성분에 대한 지식 습득, 그 성분을 사용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가 오로지 소비자의 몫으로 떠넘겨졌다는 점에서는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필자들은 감히 ‘전성분 표시는 소비자의 생명줄’이라 부르고 싶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면서 신제품이 나오면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효능만을 보고 의심 없이 교육했던 것, 몸에 대해 공부하면서 늘 쓰는 화장품이 내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화장품을 사랑했던 것을 반성하며, 우리가 알게 된 진실 모두를 여러분에게 알리는 것으로 속죄를 대신하려 한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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