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관찰 독서법


김대중 대통령의 관찰 독서법

책을 건성으로 읽지 않고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주의 깊게 읽는 것을 ‘관찰 독서법’이라고 한다. 미리 마음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읽는다는 점에서 ‘상상 독서법’, 내용을 깊이 파고들며 읽는다는 점에서 ‘심층 독서법’이라고도 한다. 가벼운 만화나 소설이 아닌 미래서적이나 전공서적일수록 이러한 관찰 독서법이 필요하다. 깊은 사고와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독서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김대중은 이러한 관찰독서법을 통해 무슨 책을 읽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 그는 중요한 대목은 눈에 힘을 주고 뜸을 들이며 관찰하듯 읽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김대중의 이러한 관찰 독서법은 화초를 가꾸거나 곤충이나 동물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체화된 독서 습관이다. 동교동 앞뜰에서 자란 수십 가지의 꽃과 화초를 돌보고, 겨울철 응접실에서 동양란과 서양란, 아지리아를 정성껏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관찰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렇듯 무언가를 치밀하게 관찰하던 습관을 독서에 적용하니 책 내용이 머리에 생생하게 각인되지 않을 수 없다. 거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듯 책을 읽으며, 거미가 파리의 수분을 다 빨아먹듯 책의 내용을 송두리째 습득할 수 있다. 여기다 메모까지 곁들이니 머릿속에 깊숙이 저장되지 않을 수 없다

관찰 독서법이라는 독특한 독서 방식이 창안(?)된 것은 철저하게 차단된 독방 덕분이었다. 김대중은 1980 5월부터 1982 12월까지 중앙정보부와 육군교도소, 청주교도소 세 곳에 수감되었는데, 청주교도소는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독방에 김대중이 수용되었고 왼쪽 옆방에는 간수들이 머물렀다. 오른쪽 옆방은 목욕용 양동이만 놓아둔 빈방이었다. 복도는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버렸고, 감방 주변은 새로운 벽돌 담장을 쌓아 놓고 다섯 명의 간수가 두 명씩 번갈아 가며 김대중의 독방을 감시했다. 독방 위쪽으로 조그마한 창문이 하나 달려 있었는데 그것이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렇게 이중 삼중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방에서 책을 읽었으니 관찰 독서법이 저절로 익혀질 법도 하다

더불어 책을 읽을 때 독서 노트를 책 옆에 펼쳐 놓고 중요한 내용이나 자신의 의견을 적어 놓는 것이 좋다. 노트에 단순히 요점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 저자에 대한 평가까지 첨가하기 때문에 노트는 책의 요약집인 동시에 감상문이요,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다. 나중에 그 노트만 읽어도 책을 다시 읽는 효과가 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 특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나 재미있는 대목에 밑줄을 그어 놓는 것도 좋다. 그것은 중요한 부분에 대한 강조일 뿐 아니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밑줄을 좍좍 긋는 순간 그 책은 확실하게 ‘나의 벗’이 된다. 훗날 밑줄을 그은 대목만 봐도 책을 읽을 당시의 나의 생각과 행동을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은 밑줄 긋기의 달인이었다. 그의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들어 펼쳐보아도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어 그의 독서력을 실감케 한다. 그는 아주 중요한 내용은 삼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했다. 독서 노트의 경우 웬만한 독서가가 아니고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메모광인 김대중은 책의 여백이나 행간에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해놓는다. 김대중의 몸에는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메모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기에 그의 독서력은 계속해서 향상되어갔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 대학 교수와 학자들을 포함하여 아마 김대중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광이었다. 독서광이 아니라 독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데다 투옥 기간이 6년이나 됐고, 거기다 학력 콤플렉스까지 겹쳐 그는 ‘무섭게’ 책을 많이 읽는 최고의 독서광이 되었다. 세심한 관찰력과 감성을 발휘한 김대중은 책 한 권을 읽을 때도 온갖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원했다. 그러한 독서 습관이 그를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광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김대중의 감옥 생활 6년은 독서광이자 독서왕으로 거듭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오죽했으면 “출옥 후에 일이 바빠 책을 볼 시간이 없을 때는 정말이지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했다”고 말했을까. 이 한마디를 통해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글 : 최현(압구정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웹진


댓글

  1. trackback from: 인터파크직원ㅋ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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